중소형 자동차 부품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데도 시가총액은 오히려 하락세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등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호조 및 주가 상승이 중소형 벤더사에는 ‘낙수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소형 자동차 부품사 76개 상장사의 시총은 11조772억원이었다. 이는 3개월 전 12조5,581억원보다 11% 하락한 수치다. 중소형 부품사들의 실적 회복세가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4분기 중소형 부품사 76곳의 총 영업이익은 4,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어났다. 이 중 영업적자를 기록한 업체 수는 15곳으로 지난해 3·4분기 31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원청’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올해 들어 호조세인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 부품사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2019년도 영업이익은 각각 76.1%와 80.2% 늘어난 4조2,662억원과 2조8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완성차의 회복 국면이 나타나면서 중소형 부품사에도 실적은 낙수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중소형 부품사에 투자심리가 크게 쏠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우선 완성차에 ‘종속’되는 수익구조가 꼽힌다. 국내 완성차들이 얼마나 흥행하는가에 따라 중소형 부품사들의 ‘생존’ 자체가 좌우된다는 의미에서다. 완성차보다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영업이익률도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해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4분기 기준 중소형 부품사 76곳의 영업이익률은 3.85%로 완성차 업체들의 4.06%를 하회했다. 중소형 부품사가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중심 부품을 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미래형 자동차’ 트렌드에 괴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앱티브(APTIV)와 40억달러(약 4조7,8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발표를 내세운 후에도 중소형 부품사들의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발표 이후인 지난달 24일 화승알앤에이(013520)(-1.89%), 상신브레이크(041650)(-0.66%), 세방전지(004490)(0%) 등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보합세로 마감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부품사 중에는 단순 제조나 프레싱·롤링에 종사하는 곳이 많아 자율주행 제품군과 맞지 않는 구조를 보이는 업체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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