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을 통한 단기적 경기부양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수지 측면에서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면 한국 정부가 자랑하는 재정건전성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증세 등의 세입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아태지역 미디어 브리핑에서 “IMF가 한국에 재정부양책을 요구한 것을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한국이 정부 지출과 재정수입을 동시에 늘려야 하고, 수입 증가 없이는 10년 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재정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상승하게 된다. GDP대비 재정수지 적자도 -3.6%로 나빠진다. 결국 고령화와 복지지출 등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세입 증가 없이 중장기적으로 재정정책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평소 IMF가 요구해온 확장재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국장은 “단기적으로는 무역 갈등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민간투자 및 소비 부진 등으로 다른 성장 동력이 없으면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과 태국의 경우 재정 여력이 있고 재정정책이 경제부양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네스 강 아태담당 부국장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한 것은 수출 부진과 글로벌 교역 갈등, 민간 투자와 소비 부진, 물가 상승률이 1% 이하로 목표치보다 낮은 것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0년 확장적 예산과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확장재정을 매우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WEO)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낮췄고 내년은 2.2%로 전망했다. 올해 아시아 지역 경제는 4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은 연 5.0%로, 내년은 5.1%로 예측했다.
/워싱턴D.C=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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