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종이 위에 두꺼운 붓으로 점 하나 툭 찍은 듯하지만 그 안에는 색과 여백의 관계, 몸의 움직임과 그 흔적의 여운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이우환의 판화 ‘어느 묵시록으로부터6’이다. 그 아래를 받친 원목 테이블은 조각적인 선(線)과 월등한 품질로 사랑받는 덴마크 디자이너 입 코포드 라르센의 가구다. 크기가 다른 양쪽 수납장의 비례미가 격조있고, 그 손잡이와 위에 걸린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두 작품 각각 시작가는 350만원이다.
케이옥션이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는 ‘10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경매’에 이들을 포함한 총 370여 점, 약 28억원 어치를 출품한다.
이번 경매는 미술품과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의 협력이 눈에 띈다. 국내 근현대미술품과 함께 북유럽 디자인 가구와 이탈리아 생활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줄리아 망기니’는 18세기 말 조각가 케사리노 망기니로부터 대를 이어온 집안으로 유럽 왕족·귀족이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흰색 도자기에 녹색과 코발트 블루로 문양을 넣은 ‘로만티카 라인’의 커피잔세트, 가구 등이 출품된다. 지름 60㎝의 도자기에 철제 프레임을 씌운 원형 테이블의 시작가는 220만원. 비슷한 테이블이 국내 경매에서 664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거장이자 1960년대 백악관 납품 가구 장인인 아르네 보더의 폭 2m짜리 장식장은 최고급 자연소재를 사용해 절제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여닫이 문을 일반 나무가 아닌 나무를 잘라 천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해 문이 말려서 열리도록 한 희소한 시리즈 제품이다. 시작가는 6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외에도 프랑스의 ‘올리비에 가니에르’가 만든 리빙 제품, ‘미쏘니’의 러그가 선보인다.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은 이우환이 1988년 그린 ‘바람과 함께 S8801-41’이다. 추정가는 8억~12억원이지만 시작가 5억원에 나왔다. 이우환을 제외한 모든 출품작은 1억원 미만이다. 이 경매는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이광기 배우와 함께 하는 자선경매로 판매금은 아이티 재건을 위한 기부금에 쓰인다. 출품작은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고 30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응찰 마감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