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설비투자액을 기존 계획 대비 최대 50%가량 늘린다.
애플이 내년 5세대(5G) 통신칩이 내장된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등 5G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030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입장에서는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설비투자 목표액을 140억~150억달러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TSMC측은 내년에도 이 같은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TSMC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설비투자액을 100억~110억달러로 제시했다.
TSMC의 투자 확대는 5G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7나노나 5나노급 초정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3나노 공정과 관련한 로드맵을 완성했으며 2나노 공정개발에 총 65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4년에는 2나노 반도체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7나노 이하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올해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EUV 노광장비 독점공급 업체인 ASML의 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올 3·4분기 매출에서 대만업체의 기여도는 54%에 달하며 올 상반기에도 40% 중반대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업체의 AMSL 매출 기여도는 올 3·4분기 11%에 불과했으며 상반기에도 25% 내외에 그쳤다. TSMC가 EUV 공정에 기반한 초미세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우위를 자신하는 이유다.
TSMC에는 ‘우군’도 많다. TSMC는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독점 생산하고 있어 내년 5G 아이폰 모델이 나오면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아이폰 11’ 판매량 호조로 올 3·4분기 전체 매출의 49%를 스마트폰 부문에서 벌어들이기도 했으며, 5G 기반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매출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늘어난 20%를 차지하는 중화권 업체들도 TSMC를 밀어주고 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TSMC의 공격적 행보가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으로 만든 7나노 칩을 올 4월 세계 최초로 내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퀄컴·엔비디아·IBM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지만 TSMC는 기존 고객군에 더해 EUV에 대한 공격적 투자까지 이어나가며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 3·4분기 시장점유율은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오른 50.5% 수준인 반면 삼성전자는 0.5%포인트 늘어난 18.5%에 그쳐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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