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001740)가 직영주유소 324곳을 매물로 내놓자 GS(078930)칼텍스를 제외한 주요 정유사가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주유소 점유율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빅딜’인데도 업계 2위인 GS칼텍스가 외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매물로 나온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와 GS칼텍스의 주유소가 겹치는 지역이 많아 시너지가 떨어지고, 주유소 자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라 주유소 숫자를 늘리는 것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운영권 매각과 관련해 국내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가 매물로 나온 324개 주유소를 인수하면 GS칼텍스를 제치고 국내 주유소 점유율 2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 사업성이나 경제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기존에 보유한 주유소 입지를 고려했을 때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의 주유소가 근접한 경우가 많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GS 주유소의 이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에 위치한 양사 주유소 거리는 약 100m, 서울 동작대로 인근 양사 주유소 거리는 약 600m에 불과하다.
주유소 자체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유업계는 최근 서울 번화가 주유소 부지에 카페·사무실 등이 들어선 건물을 세워 수익을 창출하려고 시도하는 추세다. GS칼텍스 역시 ‘플랫폼전략팀’을 신설, 주유소 틀에서 벗어난 부지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딜은 자산을 재무투자자(FI)에, 운영권을 전략투자자(SI)에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번 주 내에 SI와 FI를 짝짓는 페어링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FI로는 맥쿼리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이 참여한 상태다. 정유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와 같은 그룹 관계사인 SK에너지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017년 SK에너지에 유류도매사업을 매각한 적이 있는 SK네트웍스가 이번에도 SK에너지에 가장 먼저 인수 의향을 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SK그룹 내 부동산 자산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불참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최근 AJ렌터카를 인수하는 등 사업구조를 빠르게 재편 중인 만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직영주유소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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