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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재개 준비중인데..." 현대아산 '잿빛'

'金 금강산 폭탄발언'에 긴급회의

시설 철거 현실화땐 수천억 피해

통일부는 "국민 재산권 보호와

남북합의 정신 등 차원서 협의"

지난해 11월 현정은(왼쪽에서 세번째)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20돐 축하연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그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현대아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덜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은 뜻밖의 폭탄발언에 흙빛이 됐다. 그룹이 30여년간 이어온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짧은 입장문을 통해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이날 김 위원장과 관련된 보도를 접하고 긴급회의와 보고를 잇따라 열었다. 오전9시쯤 김영현 현대아산 전무 주재로 상무급 3명과 실무자들이 긴급회의를 하고 이후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 주재로 긴급 남북경협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배 사장은 남북경협TF 회의 내용을 직접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대로 시설 철거가 이뤄지면 현대아산은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보게 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진행하며 토지임대료를 비롯해 시설투자 등으로 총 7,865억원을 투자했다. 호텔 해금강과 금강산 옥류관 등 현대아산이 북한 내 소유하고 있는 자산들의 현재 가치는 566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아산은 10년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해 쌓인 손실이 엄청나다. 매출손실이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0%로 10여년 전보다 5배가량 높아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만으로 미래를 비관하기에는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의 상징으로 수십년간 이어져온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남북관계 개선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해 “남측과 합의하라”고 지시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한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 남측과의 대화 및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1989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해 ‘금강산 관광 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며 물꼬를 텄고 1998년 11월 시작됐다. 2003년 육로 관광길이 열리고 2005년 누적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2008년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에게 사살되면서 중단됐다.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생겼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상황은 다시 비관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현대그룹은 8월 고 정몽헌 전 회장의 16주기 추모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북한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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