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2%.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입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가 되지 못했던 건 집계 이후 단 4차례였습니다. 1956년 흉작으로 인해 농·수산물 수입이 급감하면서 0.7% 성장률을 기록했고 1980년에는 제2차 석유파동 여파로 성장률은 -1.7%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대규모 부도로 기업들이 파산해 -5.5% 성장률을, 10년 후인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8% 성장에 그쳤습니다.
올해 성장률은 1·4분기 -0.4%로 마이너스 쇼크를 나타낸 이후 2·4분기에는 1.0%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61조6,13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 분기 대비 0.6~0.7%를 보여야 연간 2%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0.4%까지 곤두박질치면서 10년 만에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W’자 형태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지만 4·4분기 기대만큼 올라설 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분야별로 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요인이 모두 부진했습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1% 성장해 2016년 1·4분기 이후 14분기 만에 최저였습니다. 정부 소비는 1.2%를 기록했지만 2·4분기의 2.2%에 못 미쳤습니다. 2·4분기에 재정을 대거 끌어다 쓰면서 성장률이 올랐지만 3·4분기에는 여력이 줄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4분기 건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5.2%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0.5% 증가에 그쳤다. 그 결과 투자와 소비 등을 합한 내수 부문이 3·4분기 성장률을 0.9%포인트 갉아먹었습니다. 그나마 수출이 전 분기 대비 4.1% 오르며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2% 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4분기에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야 할까요.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올 성장률이 2%가 되려면 4·4분기에 전기 대비 1.0% 이상, 정확히는 0.97% 이상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분기 잠재성장률(0.6~0.7%)을 훨씬 넘는 수치로 정부가 재정 밀어내기를 총동원해 부양을 하려고는 하나 사실상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 환경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추진해놓고 확장재정으로 경기를 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재정의 성장 기여도는 2·4분기 1.2%포인트에서 3·4분기 0.2%포인트로 현저히 떨어졌다.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하여튼 좀 우려하는 바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는 “4·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2% 이상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월·불용을 최소화해 재정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고 친노동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돌아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호재는 기업의 수출 증가 속에 민간 투자와 소비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