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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견제에 日규제 겹쳐...韓 '비메모리 1위' 출발부터 험난

[반도체 中華동맹 강화]

화웨이 물량 업은 TSMC, 든든한 우군 애플까지 내세워

파운드리점유율 50.5%로 늘려...삼성보다 2배 이상 높아

삼성은 반도체값 하락·李부회장 재판 등 불확실성 여전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경기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부문 1위를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인공지능(AI)의 두뇌’라고도 불리는 신경망프로세서(NPU)에 대한 투자계획 및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 공개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반도체 1등 선언에 경쟁업체들은 10년이나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견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4월 세계 최초로 EUV 공정 기반 7나노 반도체를 양산했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4분기 19.1%에서 2·4분기 18%로 되레 떨어진 것도 이 같은 견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인 화웨이가 서로 도와주며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한 사업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조달 차질 문제까지 더해져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달 5세대(5G) 통신칩 및 자체 NPU가 내장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990’을 선보이며 모바일 AP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화웨이의 AP는 산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인 하이실리콘이 설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화웨이 측의 설명에 따르면 기린990은 TSMC의 7나노 EUV 공정으로 양산될 세계 최초의 5G용 모바일 AP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며 화웨이가 AP 제작할 경우 반도체설계자산(IP) 제공을 중단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화웨이는 “ARM과의 협력은 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건설현장 전경. 삼성전자의 미래로 여겨지는 ‘2030년 비메모리 분야 1위’의 꿈이 커가는 곳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자체 기술을 통한 AP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퀄컴을 넘어 세계 1위 모바일 AP 업체로의 도약을 노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화웨이의 이 같은 행보가 불편하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달 듀얼 NPU를 탑재하고 자체 7나노 EUV 공정을 통해 양산하는 ‘엑시노스 990’을 공개했지만 화웨이와의 기술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의 기린990 또한 듀얼 NPU를 채택한데다 엑시노스990과 마찬가지로 ARM의 IP인 코어텍스-A76에 기반한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TSMC의 초미세 공정에서 애플이나 퀄컴이 아닌 하이실리콘이 발주한 물량이 올 4·4분기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내년 1·4분기까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자사 파운드리와 AP 기술력 간 ‘시너지’를 노리는 삼성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다.



화웨이가 내놓은 스마트폰 10대 중 7대에는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가 탑재돼 있어 올해 화웨이의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AP 시장에서 화웨이는 10%의 점유율로 퀄컴(37%)·미디어텍(23%)·애플(14%)·삼성전자(12%)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올 1·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7%로 삼성전자(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스마트폰 판매량 또한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1억8,500만대를 기록했다. 미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동 건설현장을 찾아 ‘더월(The Wall)’ 패널을 보면서 건설 경과및 향후 계획 등을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 부회장./연합뉴스


의 제재 때문에 유럽 등에서는 판매량이 줄었지만 중국 내수시장의 ‘화웨이 밀어주기’ 덕분에 전체 판매량은 되레 늘었다.

화웨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TSMC는 한층 공격적인 성장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TSMC는 올 들어 네덜란드 ASML이 독점생산 중인 EUV 노광장비를 싹쓸이했다. 올해 말 남대만사이언스파크에 3나노공정 공장을 착공하며 파운드리에서는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화웨이 외에 애플·AMD·퀄컴 등을 고객군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올 3·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늘어난 34억5,9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 3·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50.5%로 삼성전자(18.5%)보다 2배 이상 높다.

삼성전자는 IBM·인텔·엔비디아·퀄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자사 물량 외에는 ‘우군’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EUV 공정의 핵심원료인 포토레지스트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고객사의 우려도 부담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이 삼성에 대한 견제로 TSMC를 선호하는 점도 뼈아프다. 팀 쿡 애플 대표는 올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애플은 관세 때문에 삼성보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등 삼성·애플이 벌여온 수년간의 특허소송 이후에도 견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로서는 화웨이라는 확실한 고객군이 있기 때문에 삼성 대비 보다 공격적인 시설투자가 가능하고, 화웨이 또한 미국의 각종 제재 속에서도 TSMC라는 우군 덕분에 AP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이라며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 재판 관련 이슈와 메모리반도체 시황 악화 등으로 마냥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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