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를 자율주행차에 태우고 인사를 한다. 차량은 학교로 출발하고 아이는 가상현실(VR) 헤드셋(HMD)을 집어 든다. 목적지에 이르자 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받고 차량에서 내리는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다. 아이를 등교시킨 자율주행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LG유플러스(032640)(LGU+)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청사진이다. 양사는 지난 9월 전담조직(TF)을 발족해 연내 협력 서비스 1호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근간인 5세대(5G) 통신과 전국 2,3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 T’ 플랫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교통 서비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게 될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고정밀 측위(RTK)’다. 이동체를 비롯해 신호등이나 보행자 등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측량할 수 있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쓰이는 위성기반 GPS 센서는 상황에 따라 10m 이상의 오차를 나타내는데, 시속 30㎞로 달리는 차는 초당 8m 이상을 이동하는 만큼 진입 시점을 인지하더라도 놓칠 수 있다. RTK 기술이 적용되면 ‘전방 10m 우회전’ 안내가 전방 5m, 1m, 때에 따라 ㎝ 단위까지 구분하는 정밀 안내로 진화한다. 내비게이션의 정확도를 극대화해 운전자가 좌회전 혹은 우회전 진입 지점을 찰나의 순간으로 놓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RTK는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차선 정보 등을 식별하는데도 필수적이다. 특히 교차로, 합류지점과 같이 점선과 실선이 혼재하는 복잡한 구간에서는 센티미터(cm) 단위로 파악하는 고정밀 측위를 통해 차량간 경미한 접촉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다. LGU+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말 RTK 기술을 내부 클라우드에 적용해 전국망 서비스 구축을 완료했다”며 “올 연말까지 고속도로, 도심지, 터널 등에서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년에는 시범 운영 셔틀과 내비게이션 등에 기술을 도입해 하나의 완성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U+는 이달부터 서울 마곡 지역 일반도로에서 ‘U+ 다이나믹 정밀지도 플랫폼(다이나믹 맵)’의 실증 운영도 시작했다.
다이나믹 맵은 RTK 기반의 동적 정보를 업데이트해 지도의 최신성을 실시간으로 유지시키는 기술이다. 공사나 도로 파·결손 같은 도로상태 정보와 교통사고, 교통 체증, 날씨 등 교통정보, 차량사물통신(V2X) 정보를 수집해 자율주행차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라이다(레이저를 물체에 발사해 거리를 측정), 레이더(전자기파를 발사해 물체를 식별하거나 위치와 속도 탐지) 같은 센서로 수집하는 주변차량과 신호 등 근거리 정보뿐만 아니라 전체 이동 경로와 인근 지역의 교통 환경을 전반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센서로 감지가 어려운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오인식 정보를 바로 잡아, 주행 효율성 및 운행 안전성이 보다 강화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센서는 직진성이 강해 교차로, 골목길 등의 급커브길이나 회전구간에서 주행방향에 따른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이나믹 맵은 이러한 사각지대에서 센서의 인지 범위를 확대시켜주는 필수적인 기술로 작용한다. 또 날씨나 장애물에 의한 센서 인식의 한계 상황에서도 다이나믹 맵이 핵심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맞은 편 차량의 상향등이나 우천 상황 등으로 자율주행차 카메라가 교차로 신호등의 색상 판단을 하지 못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다이나믹 맵은 중앙제어 방식으로 신호등, 제한속도 표지판 등의 도로 인프라 정보를 무선 통신으로 직접 차량에 내려줘 자율주행차 센서 오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이나믹 맵은 이밖에도 자율주행차에 차선별 교통 흐름 기반의 최적 경로 제공, 폐회로TV(CCTV) 등 도로주변 인프라를 활용한 사고·빙판길·포트홀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LGU+의 한 관계자는 “다이나믹 맵은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통신 기능을 탑재한 비자율주행차 모델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춰, 2~3년내 대중화 될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며 “특히 교차로 진입 여부, 합류·회전 구간 등에서 사각지대 없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 궁극적으로 교통사고 제로에 가까운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U+는 지난 8월 도로 정보 관련 국제표준 ‘LDM’ 국책연구과제 수행경험을 보유한 협력사와 플랫폼 구축을 완료해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일대를 거점으로 테스트베드를 구축 중이다. 마곡 일반도로 실증에 이어 2020년에는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일반도로로 실증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시범운영에 성공한 ‘긴급차량 우선신호(EVP’ 체계도 상용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EVP는 긴급차량의 각 교차로 도착 예정 시간을 계산해 녹색신호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긴급차량이 해당 구간을 지체 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호 제어 기술이다. 예를 들어 구급차가 위급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향하면 이동 경로에 나타나는 교차로 마다 직진, 좌회전 신호가 미리 켜진다. 구급차는 단 한번의 정차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EVP는 일상 속 재난처리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하고, 소방차·구급차 등에 정상적인 통행우선권을 부여해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와 LGU+는 향후 각 관계 기관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시스템 적용에 따른 교통영향과 개선방안 등에 대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운영지역과 적용 긴급차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LGU+의 한 관계자는 “국내 교통 환경의 진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술 및 서비스 고도화에 앞장서겠다”라 밝혔다.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차량 탑승자는 개인적인 시간 활용도도 커진다. 출근길 화장이나 독서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미디어를 시청할 수도 있다. 특히 5G 환경에서는 최근 주목 받는 실감형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VR 헤드셋을 이용해 탑승자는 대용량 VR 콘텐츠를 지연이나 로딩 없이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LGU+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클라우드 VR 게임 등을 즐기며 이동 시간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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