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주변 미생물의 도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실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작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토양 미생물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해당 미생물을 활용해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농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 연세대 연구팀은 최근 식물이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 토양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식물병리학에서는 식물이 병원균 침입시 자체적으로 저항 물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봤지만, 외부의 미생물을 ‘보디가드’로 활용한다는 것을 연구팀이 처음 확인한 것이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가 지원하는 유전체 관련 연구·개발(R&D) 과제로 선정돼 지난 2011년부터 8년간 끈기 있게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은 병에 강한 토마토 품종인 ‘하와이 7996’과 병에 취약한 ‘머니케이커’를 실험실에서 재배하면서 뿌리 근처에 서식하는 미생물 종류와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와이 7996의 뿌리 근처에 특정 미생물이 더 많이 서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에 ‘TRM1’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을 활용해 토마토에서 발생하는 풋마름병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풋마름병은 토양에 장기간 생존하는 세균이 뿌리 또는 줄기에 생긴 상처로 침입해 물이 지나는 통로를 막아 식물을 시들어 죽게 하는 병이다. 토양 속의 TRM1을 분리해 배양한 다음 머니메이커 품종 토마토에 투입하자 풋마름병 발생이 크게 줄었다고 김지현 박사는 설명했다.
풋마름병은 토마토 뿐 아니라 고추 등 다양한 가지과 작물에서도 발생하는 고질병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약이나 비료를 제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부도 이 같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연구팀의 결과물을 올 해 국가 연구개발(R&D) 우수 성과 100선에 포함 시켰다. 생명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역시 해당 내용을 상세히 싣고 주목해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유전자 개발을 통해 작물의 생존력을 높이려는 국내 연구진의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팜한농의 성순기 연구팀은 잡초는 물론 경작 작물도 죽일 수 있는 비선택성 제초제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는 유전자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6억 3,000만달러에 달하는 제초제 내성 형질 기술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매년 4억 달러 안팎의 기술료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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