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0월 김 수출이 10월 기준 지난해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김 수출액은 4억9,005만달러(약 5,7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다. 하지만 등락을 반복해왔던 한국 김 수출 사업이 안정기로 접었다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다. 올해에는 중국과 일본의 김 생산량이 줄어든 덕을 본 데다 한국의 대부분 수출은 ‘물김’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뒤늦게 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해 한국 김의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대상 청정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상은 ‘수산전통식품의 세계화 선도기업’ 비전을 바탕으로 해조류 검사센터를 세우고 김 사업의 패러다임을 ‘양’에서 ‘질’로 바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작성한 ‘마른김 품질향상을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도 대상이 김 가공업체 최초로 도입한 해조류 검사센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대상의 김 프리미엄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김이 수출 규모와 생산량에 비해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9%가 생산된다. 물김을 말린 마른김 기준으로는 한국이 전 세계의 50%를 생산해 가장 많다. 그러나 한국 마른김의 가격은 일본 김의 45%, 중국 김의 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량생산을 통해 원료를 중국과 동남아에 수출하는 후진국형 수출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수출을 많이 하지만 마진은 적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출물량에만 집중하다 보니 한국은 중저가제품 원료 공급국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실익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대상은 저마진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해조류 검사센터를 세우고 체계적인 품질 관리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품질 관리의 핵심은 등급제다. 기존의 김은 여러 업체에서 대량으로 양식한 물김을 경매사로부터 별도 등급 없이 경험에 의존해 구매한 후 가공, 판매해왔다. 대상은 원초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고 해조류 검사센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품질등급제를 도입해 자체적으로 선정한 11개 항목을 기준으로 원초를 5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김밥용 등 세부시장에 최적화된 용도로 제품화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대상은 김을 ‘AAA+’, ‘AAA’, ‘AA’, ‘A’, ‘B’로 구분한다. AAA+ 등급은 단백질 함량 46% 이상, 품질등급 상위 5% 이상 최고 품질의 마른김으로 김 고유의 감칠맛이 우수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최고급 선물세트용으로 쓰인다. 최하 등급인 B 등급은 김가루 등 특화된 제품의 맞춤형 원료로 사용된다.
이런 분류 과정을 통해 대상에서 출시한 대표적 프리미엄 제품이 햇곱창김이다. 일반김보다 최대 3배 비싸다. 지난 추석 대상의 프리미엄 김 선물 세트는 5만원으로 고가였음에도 완판됐다. 대상 관계자는 “ 햇곱창김은 곱창김 중에서도 가장 고품질의 마른김만을 원료로 사용한다”며 “해조류검사센터의 11가지의 엄격한 검사를 통과한 김만을 사용해 기름을 바르지 않고 건강하게 구운 고급 김”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도 대상의 품질 등급제의 국가적 도입을 제안했다. 해수부는 연구용역에서 “품질관리제도는 대부분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인체에 안전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며 “김 산업 역시 품질 관리제도 도입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상의 차별화 전략으로 대상 김은 후발주자임에도 입지를 탄탄히 굳혀가고 있다. 국내 김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약 4,058억 원으로 2014년 대비 약 3% 감소한 반면 2018년 대상의 국내 김 매출은 168억 원으로 2014년 138억 원 대비 21% 증가했다.
대상은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캐나다 등 약 23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으며, 2018년 수출실적은 198억원으로 2014년 대비 200% 가까이 성장했다. 할랄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조미김, 시즈닝김 등 총 5개 품목에 대해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을 받아 동남아 시장에서 2018년 117억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상민 대상 청정원 김사업팀장 겸 해조류 검사센터장은 “대상 청정원만의 품질등급제를 기반으로 김의 품질향상과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2023년 매출 800억 원을 목표로 인프라와 역량을 강화하고 김 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국내 해조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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