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시멘트, 레미콘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멘트 기업은 화물 열차의 운행률이 30%까지 떨어지자 벌크 차량 투입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벌크 차량은 대당 30톤, 화물 열차는 최대 1,000톤(20량 기준)으로 운송 규모 차이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이 크다. 재고 등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도 앞으로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이면 끝난다. 그 이상 파업이 지속 되면 시멘트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시멘트 수급 문제는 곧바로 시멘트를 원료로 한 레미콘 업체의 피해로 이어져 가뜩이나 건설경기 부진으로 고전 중인 기업의 주름을 깊게 패이게 만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레미콘 기업들이 전날부터 시작된 철도 파업으로 화물 열차 10대 중 7대가 멈춰 서면서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성신양회 등 내륙에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철도 운송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더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이미 개별운송업자가 운영하는 벌크 차량을 대거 운송에 투입한 상태다. 대형사의 한 관계자는 “통상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군포·수색 등 수도권 유통기지까지 열차를 이용하고 여기서부터 벌크 차량을 동원해 수요처인 레미콘 기업으로 시멘트를 나른다”며 “하지만 철도가 멈추면 벌크 차량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재고, 화물열차 운행률 등을 고려할 때 이대로 3~5일 더 지나면 공급에 탈이 날 것”이라며 “이미 물밑에서는 기업 간 벌크 차량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배 운송이 전체의 80%인 이른바 해안사(삼표시멘트·쌍용양회·한라시멘트) 등도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한 해안사 관계자는 “시멘트가 항만으로 들어오면 철도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멘트 운송로가 구역별로 유기적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구멍이 나면 수습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가뜩이나 국회 행정안전위 소위에서 논의 중인 생산 시멘트 1톤당 1,000원을 부과하는 이른바 ‘지역자원시설세’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버거운 판에 철도 파업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며 “가을에 잦은 비 등 날씨가 궂어 건설 현장이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이제 좀 괜찮아지나 싶더니 또 파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푸념했다.
실제 시멘트 업계에는 지난 2016년 최악의 철도 파업 사태가 아직 생생하다. 무려 74일간 파업으로 712억원(시멘트 업계 추산)의 피해를 봤다.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 레미콘 업계도 울상이다. 시멘트 생산 원가 상승은 레미콘 수익성을 갉아 먹는다. 대형 레미콘 업체의 임원은 “시멘트 기업들이야 원가 상승 요인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끝나지만, 레미콘 기업들은 납품처인 건설업체들이 단가를 올려주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답답해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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