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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샤오캉 사회' 선언 명분 찾아...기업 동원 '脫빈곤사업' 박차

■빈곤퇴치에 명운 거는 中공산당

2021년 샤오캉사회 실현 전제

'10년간 GDP 2배' 어려워지자

"빈곤인구 제로" 과제로 내세워

4년간 민간기업 8.8만개 참여

15조원 투입 1,163만명 혜택

농산물 팔아주고 기술도 가르쳐

"경제성장 목표 달성실패는 오점"

시진핑 '체면치레' 여부에 관심

중국 정부가 빈곤퇴치를 위해 농촌의 인프라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광시좡족자치구 나화야오자치현 학생들이 산길을 걷고 있다. 농촌 인프라 개선 작업으로 이 산길은 최근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7월28일 중국 남부 광둥성 순더에서 부동산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주최한 ‘지역의 힘’이라는 농축산물판매 장터가 열렸다. 행사에서 ‘1근(0.5㎏) 팔아주기’ 운동이 펼쳐졌는데 모두 100만근이 팔렸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은 중국 정부의 ‘빈곤퇴치’ 운동에 적극적이다. 부동산 시장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엄격히 통제하는 만큼 비구이위안 같은 부동산개발 회사는 경영활동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측은 현재 9개성, 14개현 3,747개 농촌의 빈곤인구를 돕고 있다고 강조한다. 비구이위안의 빈곤퇴치 업무 관련자는 “모두를 도와줄 수는 없고 지방정부와 농민들의 의지를 중시한다”면서 “다만 이것도 투자로 보고 신중하게 지역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진핑 중국 정부가 농촌 빈곤퇴치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오는 2021년 중산층 국가를 지향하는 ‘샤오캉(小康) 사회’ 를 목표로 내세웠다. 중국 지도부가 국가 과제로 삼은 샤오캉 사회의 실현을 선언하려면 대의명분이 필요한데 그나마 달성 가능한 목표가 절대빈곤 인구의 완전한 해소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앙부처 회의나 지방 순시 때 줄곧 탈(脫)빈곤 정책을 우선할 것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빈곤퇴치 사업 대상이 몰려 있는 서부 저개발 지역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지역 관리들과 ‘관시(인맥)’를 맺어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중국의 빈곤퇴치 운동에 힘입어 농촌의 인프라가 하나둘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신장위구르 지역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우물에서 퍼올린 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위 사진). 정수기가 설치된 후 지난 10월 한 학생이 정수기로 걸러낸 물을 마시고 있다(아래 사진). /신화연합뉴스


중국 남부 오지인 광시좡족자치구 허저우의 야오족 농민들이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 빈곤퇴치를 내세운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기업들의 판매 지원으로 오지 농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신화연합뉴스


22일 베이징사범대 빈곤퇴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4년간 농촌 빈곤퇴치 운동에 참여한 민영기업은 모두 8만8,100곳으로, 직간접적으로 총 892억9,000만위안(약 15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5만5,300촌의 1,163만 빈곤인구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단위 국영기업도 올 들어서만 96개 기업이 27억1,000억위안을 투입해 107개 빈곤현을 도와줬다. 이 연구원의 장치 교수는 “자금을 직접 투입해 농촌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기층간부를 육성하고 기술인력을 교육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빈곤퇴치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기업인 비구이위안은 지금까지 48억위안을 빈곤퇴치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36만명의 빈곤인구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덕분에 10개 현이 빈곤탈출을 이미 선언했다고 한다. 회사는 농산물을 대신 팔아주거나,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농공단지 건설과 농장 조성에도 직접 나서면서 기술도 가르치고 있다.



다른 중국 간판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빈곤퇴치 노력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경우 6월까지 2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1,100억위안어치의 전자상거래를 성사시켜 242개 빈곤현을 도왔다. 중국 메이저 부동산 업체인 헝다는 구이저우성 7개현에 70억위안을 집중 투입해 마을을 현대화했다. 구이저우성에서 헝다의 지원을 받은 빈곤인구는 58만6,000만명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국 국가개발은행의 빈곤퇴치 사업에 대한 융자 규모는 1,492억위안(약 25조507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은 주택 개량과 도로 개설 등 인프라 사업에 쓰였다.

정부의 직접지원이 ‘구멍 난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빈곤퇴치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가 100% 세금을 환급해주고 있어 기업들과의 관련성이 작은 것에도 ‘빈곤퇴치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까지 동원하면서 빈곤퇴치에 나선 것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에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중국에서는 빈부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도시와 농촌의 소득을 대략 3대1로 보는데 최근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중국 지도부가 빈곤퇴치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공산당의 장기목표인 샤오캉 사회 실현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2010년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늘리기로 하고 이를 샤오캉 사회의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년 만에 이룰 업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2021년 샤오캉 사회’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40년 전인 1979년 12월의 덩샤오핑이지만 장쩌민 주석과 시 주석도 이를 당시 강조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중국 농촌의 절대빈곤 인구는 9,899만명에서 1,660만명으로 줄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와 내년 이들 1,660만명까지 모두 없앨 계획이다. 중국에서 절대빈곤 인구는 연간 1인당 소득 2,390위안(약 40만원) 미만을 의미한다.

샤오캉 사회 실현을 위해 10년간 GDP를 2배로 높이려면 올해와 내년의 경제 성장률이 적어도 6.2%를 달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로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중국 관영 사회과학원은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5.8%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17일 ‘국가 빈곤구제의 날’을 맞아 “현 빈곤퇴치 완결을 위한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각 지역·부처가 목표를 확고히 세워 샤오캉 사회로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17년 ‘3대 공성전’이라는 이름으로 금융 리스크 해소, 환경오염 방지와 함께 빈곤퇴치를 세 가지 최우선과제로 내걸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경제성장 목표 달성 실패는 큰 오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빈곤인구를 제로로 만든다면 어느 정도 체면치레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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