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나 소주, 와인 등의 온라인 판매를 놓고 온라인 판매업자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 기존 오프라인 판매업자들이 정면 충돌했다. 온라인 판매업자들은 전통주를 이미 온라인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맥주나 소주, 와인 등도 확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업자들은 매출 급감 우려와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주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26일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류의 온라인 판매확대 제한을 촉구했다. 권영길 이사장은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통주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 온라인 주류판매를 와인 등 모든 주류로 확대해 달라는 입법 청원을 벌이고 있다”며 “음주로 인한 사회비용이 10조를 넘는 상황에서 규제를 풀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주류판매에 의지하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영세 중소유통상인들의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국민 편의와 전통주 진흥차원에서 경주교동법주·조옥화·안동소주·문배주·두견주 등 전통주에 한해 지난 2017년 7월부터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주류 시장 규모는 연간 14조원인데, 전통주는 이 중 0.3%(약 450억원)에 불과하다.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도 영세 상인의 타격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모든 주류로 확대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류의 소매점별 판매량 비중만 봐도 △슈퍼마켓 40% △편의점 33% △대형마트(SSM포함) 27% 등이다. 주류별 소비량 기준으로는 △맥주 45% △소주 27% △막걸리 5% △기타(와인·청주·위스키) 23%다. 이 과정에서 ‘술=1급 발암물질’ 이라는 감정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권 이사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1급 발암 물질인 술 구입이 우리나라처럼 쉬운 곳은 없다”며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하면 호기심 많은 청소년, 성인으로 가장한 청소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알콜 중독자의 술 구매는 그만큼 더 쉬워지고 폐해도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판매 등으로 유통과정을 줄일 경우 주류 가격이 인하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권 이사장은 “주류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판매에 제한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트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청소년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하는 절차가 있지만, 온라인 판매의 경우 이 같은 절차가 없어 청소년들이 더 쉽게 주류 구입을 할 수 있는 게 더 문제라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국민건강을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우며 온라인 판매 확대에 반대하고 있지만, 주류 판매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슈퍼마켓이나 마트 등으로서는 매출 급감에 따른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권 이사장도 “현재도 영세 중소유통상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비위축의 여파로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중소상공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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