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뤘다. 국회만 바라보고 있더니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떠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11월26일자 8면 참조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5일 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은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제안해도 실효성이 없고, 현실적으로 21대 국회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중심으로 복지부가 단일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그는 “지난 9월에는 국회의원 마음이 60%는 국회, 40%는 지역구에 있었지만 11월이 되니 95%가 지역구에 있어 (선거를 앞두고) 정책적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4가지의 정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로 상향 및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및 보험료율 13% 등이다. 이후 경사노위는 지난 8월 소득대체율 45%로 상향 및 보험료율 12%로 ‘더 내고 더 받는’ 다수안과 함께 현행 유지, 소득대체율 40%로 유지 및 보험료율 10%로 즉시 상향 등 3가지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경영자총협회는 “수혜자 측이 많아 다수안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여야 의원들은 정파적인 의견에 영향을 받고 계시고 개인 의견과 달리 당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적 결과를 내지 못하고 갑론을박을 먼저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21대 국회가 들어설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 내부적으로는 좀 더 세련된 안, 장기적이고 정파성을 버린 시각으로 모였을 때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볼 수 있는 안을 다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장관은 기존 건강정책국을 확대해 건강 정책을 총괄할 가칭 ‘건강정책실’을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연말에 복수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개각설에 대해서는 “저는 제 운명을 전혀 모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장관직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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