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해외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부 해외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는 등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3년 만에 한국 기업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추천 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는 테슬라 모델3 전기차(BEV)와 베이징 벤츠의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PHEV)가 포함됐다. 이들 자동차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중국 현지 합작법인이 각각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발표한 10차 추천 목록에 한국 등 외국산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차를 배제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CATL, 비야디(BYD) 등 자국 배터리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사실상 주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에서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해외 기업에 개방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면 최근 침체된 중국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고 배터리 공급과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완성차 업계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당국의 환경규제 강화 및 보조금 폐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 내 합작법인 지분을 매각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중국 리스크를 줄여가고 있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중국 충칭창안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 지분의 절반을 매각하기로 했으며, 창안자동차도 합작법인 보유지분을 넘길 구매자를 찾고 있다고 규제 당국에 신고했다. 매각 지분 규모는 약 163억위안(2,73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국 포드자동차 합작법인도 충칭 공장의 조업을 일시 중단하는 방법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둔화가 전기차 시장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개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국내 기업 배터리를 탑재하기가 쉬워지는 등 2016년부터 시작된 ‘한한령’이 점점 풀리는 모양새”라며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26.6%, 일본 파나소닉이 24.6%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LG화학이 11%, 삼성SDI(006400)가 3.5%, SK이노베이션이 1.8%로 다 합쳐서 16.3%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최대 중국 전기차 시장이 국내 업체에 개방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번 조치로 한한령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기도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실제 시장 상황은 별개로 움직이기도 한다”면서 “내년 말에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박효정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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