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세계 1위. 한국 조선산업의 현주소다. 저원가와 물량공세, 빠른 기술습득을 앞세운 후발 중국 조선업체들의 턱밑추격 속에 머지않아 경쟁력을 빼앗길 주력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중공업과 KT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꺾고 조선굴기를 다시 쓰기 위해 ‘똑똑한 동맹’을 맺었다. 선박건조의 대혁신을 가져올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건설사업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황창규 KT 회장은 16일 경남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5G기반 스마트조선소’구축현황을 점검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양사는 밝혔다. 이 자리에는 현대중공업 한석영·가삼현 사장을 비롯해 양측의 주요 경영진 20여명이 함께 했다.
양사 경영진은 현장에서 산업안전,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선박 건조 업무 전반을 디지털화한 솔루션을 직접 체험했다. 우선 현장의 통합관제센터를 찾아 안전요원들이 전방위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살펴볼 수 있는 착용형 기기인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로 산업안전도를 높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선박건조현장을 찾아 5G기반의 키오스크를 통해 생산부서 직원들이 대용량의 3차원(3D) 설계도면을 내려 받는 모습도 견학했다. 기존에는 대용량 3D도면을 다운로드하는데 수십분이 걸렸으나 5G키오스크를 활용하자 수분이내로 시간이 단축됐다. 경영진은 해상시운전 통신망의 개선 성과도 확인했다. 해상에서도 끊김 없이 통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KT가 지난 수개월간 감포항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지역 내에 꼼꼼하게 해상통신 인프라를 설치한 덕분에 가능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처럼 향상된 해상통신망을 활용해 선박 원격제어, 드론 활용 긴급의약품 수송 등과 같은 혁신기술을 구현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현장점검 이후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진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G와 KT의 혁신사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강연에서 황 회장은 5G상용화 과정, 혁신과 미래를 향한 양사 협업방향 등을 설명했다. 황 회장은 “전 세계가 5G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표적인 회사로 현대중공업을 주목하고 있고, 5G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큰 획을 긋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양사가 지닌 1등 DNA를 기반으로 조선해양,산업기계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도 호응해 “조선업도 4차 산업혁명의 예외가 아니다”며 “5G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조선소 구축은 조선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 5G선도기업인 KT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협력을 통해 국내 제조업 혁신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스마트기술과 조선산업의 융합은 다른 형태로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SK텔레콤은 삼성중공업과 손잡고 5G를 적용한 선박원격관제 기술을 모형선박을 통해 시연했다.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해 호흡을 맞춘 것이다. 이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조선업계와 손잡고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크루즈선 등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조선사간 이 같은 스마트기술융합은 선박의 생산효율을 높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보다 지능화된 스마트선박을 생산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경쟁국인 중국도 스마트기술의 조선 및 해운산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칭다오항은 세계 최초로 5G기술을 선보인 항만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중공업기업인 자오샹궈중궁(招商局重工·CHMI)의 장쑤성 하이먼 조선사업현장에 중국 조선업계 최초로 5G기술이 적용됐다고 영국왕립조선학회는 ‘5G로 변화하는 중국 조선’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이 같은 추격을 뿌리치려면 한국기업들이 보다 발빠르게 원천기술 및 표준을 선점하고 상용화에 나서야 하고 정부는 해당 기술의 테스트베드 지원 및 수요 진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한동희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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