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을 선언한 공영홈쇼핑이 직급 호칭을 없애는 파격조치에 나선다. 공공기관 가운데 이런 시도는 이례적이다. 민간기업처럼 능력중심 사내문화를 확산해 인적쇄신 작업에 속도를 붙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내년 1월부터 과장, 부장 등 직급 호칭을 없애기로 했다. 최창희 대표부터 직원에게 자신을 ‘OOO님’이라고 부르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직급호칭 폐지는 공공기관 중 최초일 것”이라며 “공영홈쇼핑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15년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은 매년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설립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56억원 규모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냈다. 설립 4개월 만에 방송을 시작하면서 운영 미숙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올해 4월에는 ‘58분 송출중단’이라는 방송사고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공영홈쇼핑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 발목이 잡혀있다. 공공기관이다보니 판매수수료를 민간 홈쇼핑업체처럼 높이지 못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일정 부분 판매해야 한다. 여기에 전임 대표가 방만 경영을 이유로 약 임기 1년 5개월 중도 해임되며 지배구조도 흔들렸다.
최근 최창희 대표는 올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창사 후 첫 희망퇴직에 나섰다. 소위 ‘철밥통’이라는 기존 관료문화를 없애 희망퇴직을 통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최 대표는 지난 7월 중기중앙회에서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공영홈쇼핑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것”이라며 공영홈쇼핑의 민낯을 그대로 보였다. 올해 최우선 과제로도 ‘매출 확대’를 꼽았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