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경쟁사업자들에게 같은 조건의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 정부의 인수합병(M&A) 심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국내 시장 점유율 9.33%(2019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한 케이블TV 사업자 티브로가 합병할 경우 SK계열의 통신·방송 시장 지배력이 확대돼 경쟁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제한 조건을 달았다.
우선 현재 티브로드가 영업 중인 전국 23개 권역에 한해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 이동통신사들도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또 SK텔레콤의 망을 임대한 알뜰폰 사업자들도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SK브로드밴드가 동등한 조건으로 상품을 제공하게 했다. 합병 이후 3년간은 SK계열 결합상품 가입자에게 1회까지는 결합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지 못하도록 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능지역(커버리지)을 2022년까지 농·어촌 등 음영지역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SK브로드밴드가 합병에 따른 효과를 독식하지 않도록 한 조치들이지만 대체로 큰 제약조건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으로 미디어·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 맞설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심사 결과를 방통위로 보내 사전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방통위가 접수 후 35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면 과기정통부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 합병 작업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규제기관인 만큼 이용자 보호와 지역성·공공성 확보 방안 등의 조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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