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정치인이 장관으로 오면서 상대적으로 힘을 받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처 가운데 새해 첫 단독 업무보고를 추진하려다 아쉽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가 단독으로 대통령에게 새해 첫 업무보고를 추진한다는 발상 자체가 중기청 시절까지 감안해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입김이 커진 중기부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는 평가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연초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단독 업무보고를 물밑에서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현장 행사에서 중기부가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에 앞서 깜짝 업무보고를 하려는 구상이었다. 청와대도 올해 업무보고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해 보자는 데 공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올 대통령 업무보고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해보자는 게 정부의 컨센서스였다”며 “이런 차원에서 조만간 있을 행사에서 중기부가 단독으로 업무보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를 받는 양식은 기존과는 다른 파격이 잦았다. 소득주도 성장이 핵심 국정 과제였던 지난 2018년 1월에는 문 대통령이 아닌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업무보고가 이뤄졌고, 관련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중기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동시에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정책과제를 보고했다. 이후 시민들과 각 분야 전문가 등과 토론도 진행했다. 2019년 업무보고는 2018년 말부터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2월에 교육부, 국방부 등 7개 부처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았고, 나머지 11개 부처 업무보고는 2019년 3월 서면 보고를 통해 이뤄졌다.
중기부의 단독 업무보고 방안에 대해 부처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7월 청에서 부로 승격된 ‘막내 부처’가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단독으로 업무보고를 하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주요 국정과제인 인공지능(AI)이나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을 위한 핵심 부처로 부상하고 있어 새해 첫 업무보고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 등을 거쳐 중기부의 첫 단독 업무보고는 막판에 보류돼 사실상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자연스럽게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와 달리 현장서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경우 격식을 갖춰야 하는 문제가 상충하는 문제 때문에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중기부의 현장 업무보고라는 신선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업무영역이 겹치는 다른 부처의 견제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등 해외 순방 때 중기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중기부의 참신한 업무보고 방식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다른 부처의 견제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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