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연초부터 ‘수주 대박’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인 ‘야말 2차’ 프로젝트에 투입될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 운반선의 ‘싹쓸이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노바테크는 최근 러시아 정부에 30억달러 규모의 쇄빙 LNG선 10척을 추가로 해외 조선소에 발주하기 위한 승인을 요청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 요청을 승인하면 북극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선은 지난해 9월 발주된 15척을 포함해 25척으로 늘어난다. 러시아 국영 조선소인 즈베즈다는 기술이전을 전제로 파트너를 선정해 이 쇄빙선을 공동건조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발주 승인을 받았다. 즈베즈다는 삼성중공업을 설계 파트너로 선정했으며 지난해 11월 5척(15억달러)을 우선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건조가 완료된 선박들은 북극권에 위치한 기단반도의 육상 가스전에서 연간 1,980만톤 규모로 생산될 LNG를 운반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즈베즈다는 삼성중공업의 기술력과 쇄빙선 건조경험을 높게 산 것으로 전해졌다. 쇄빙선은 영하 52도 이하의 극한 상황에서 두께 2m가 넘는 얼음층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 방한(防寒) 설계는 물론 선박 앞과 뒤 양방향으로 쇄빙 작업이 가능한 추진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한 척당 가격은 3억달러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기술을 갖추고 지난 2005년 러시아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 유조선 3척을 수주해 2009년까지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이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야말 1차 프로젝트에 투입된 쇄빙 LNG선 15척 모두를 대우조선해양에 몰아줬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삼성중공업에 일괄적으로 건조를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쇄빙 LNG선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고 대형·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은 건조 경험이 많은 한국 조선사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삼성중공업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노바테크 현지 건조 조항을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에 긍정적이다. 해운전문 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러시아가 급격히 늘어나는 LNG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기술이전이라는 명분보다 정상인도를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건조지연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우려와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삼성중공업이 야말 2차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쇄빙 LNG 운반선 일괄 수주에 성공하면 쇄빙 LNG선 관련 총 수주 금액은 최대 80억달러(약 9조3,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수주목표(78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발주 10척과 이미 즈베즈다에 배정된 15척 모두 한국 조선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조선소에서 설계도와 기술을 이전해주더라도 러시아 현지 조선소 기술인력의 기술 수준과 건조 경험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 발주처와 계약 세부 내용은 비밀 유지 합의로 공개할 수 없다”며 “추가 발주에 대해 아직 결정 사항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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