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훈풍으로 한동안 주가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철강주들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품가격과 원자재 가격 간 차이(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7%(60.62포인트) 내린 3,563.28에 마감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000포인트 위에 머무르던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국내 경기 악화가 맞물리면서 그해 8월 3,481.88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약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지난해 12월17일 3,800포인트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철강사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광석 등 원료가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철강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전가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가령 국내 철강사 중 가장 규모가 큰 POSCO(005490)의 경우 9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이 1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POSCO의 2019년 4·4분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8,692억원이다.
올해도 실적 개선이 급격히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철강업의 전방산업은 모두 경기순환(시클리컬) 업종으로 점진적 변화를 나타내는 산업”이라며 “국내 철강재 수요는 2020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건설업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기로 철강사들은 올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경기 부진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동국제강(001230)의 봉형강 스프레드를 마이너스 1만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중국 철강재 가격 반등세가 지속된다면 실적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중국 철강재 가격은 국내 철강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통한다. 정 연구원은 “중국 내 부동산 투자 확대로 철강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오는 4·4분기에 중국 정부의 제강사 설비 폐쇄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어 동절기 감산과 함께 맞물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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