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증시에서 연일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말 배당을 노리고 이례적인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청산 물량을 쏟아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기관들이 오는 3월 쿼드러플 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까지 현물을 꾸준히 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5%(7.90포인트) 떨어진 2,230.99에 마감했다. 기관이 2,445억원을 순매도하며 10거래일 ‘팔자’ 행진을 이어온 가운데 외국인도 874억원을 코스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기관투자가가 올해 들어 순매도한 주식은 총 3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기관의 매도 행진을 주도하는 주체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다. 금융투자회사는 올해에만 총 2조8,000억원을 팔아치웠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매도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기관의 배당매수차익거래 규모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배당매수차익거래는 증권사들이 연말 배당을 노려 선물을 팔아치우고 현물을 사들이는 행태를 말한다. 특히 지난해 11~12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국면 분위기에 힘입어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사들인 게 ‘판 키우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베이시스(선물가격에서 현물가격을 뺀 것)가 상승하면서 금융투자회사에서는 값비싼 선물을 팔고 비교적 값싼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매매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금융투자회사들의 코스피 대형주 순매수 규모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선물이 비교적 저렴해지자 기관 입장에서는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살 유인이 커지고 있다. 기관이 올해 코스피200 미니선물시장에서 2조원을 매수한 것은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분간은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 쌓아놓은 매수차익거래 물량을 오는 3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까지 풀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기관의 연말 매수차익거래 물량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근본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국인이 기관의 물량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소화매물에 따라 국내 주가지수가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