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관련 제품의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와이즐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 초기에 주로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배송·교체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해 화제를 모은 와이즐리는 올해 남성용 화장품 및 모발관리 제품 분야로 상품의 폭을 넓혔다. 구독 회원별로 면도기 등의 구입 주기와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제빵·제과(베이커리) 분야에서 국내 첫 구독서비스가 출범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정액제 형태로 빵 판매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가입회원은 월 5만원씩을 내면 이 회사의 인기 베이커리 제품 5종(모닝빵, 크리스피 마늘바게트, 피자바게트, 모카빵, 우유식빵) 중 1개씩을 매일 골라 먹을 수 있다. 기존의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넘어 아예 생수나 커피·차(茶)를 정기 배송해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고급 차 브랜드인 오설록이 내놓은 ‘다다일상’ 서비스는 월 2만원대의 요금을 내는 회원에게 다양한 종류의 고급 차와 다기류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상품이다. 제주삼다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생수를 정기 배송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구독서비스는 옷·예술품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픈갤러리는 최저 월 3만원대의 구독료를 받고 고객에게 실내 전시용 그림을 빌려준다. 맨드캐비넷은 셔츠·양말·넥타이를 정기 배송해주는데 가장 저렴한 상품은 월 2만9,000원에 셔츠 3벌을 구독할 수 있는 옵션이다. 또 다른 패션 구독서비스 미미룩은 월 2만원의 정액요금을 받고 매달 새로운 패션상품(원피스나 상·하의 옷 한 벌 등)을 담은 패션박스를 배송해준다.
고가품인 가구·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구독경제서비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브랜드로 자사의 제네시스 차량을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도록 하는 구독서비스를 올해 5월 초까지 운영한다. 매달 149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내면 G70·G80·G80스포츠의 3개 자동차 모델 중에서 월별로 2개 모델씩 바꿔 탈 수 있다. 가구의 경우 침대·쇼파 등 주요 제품들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는 형태로 구독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이 같은 구독서비스를 콘텐츠형·정기배송형·렌털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분석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급격히 확산되는 형태는 콘텐츠형으로 넷플릭스·지니뮤직처럼 일정 요금을 내는 회원에게 동영상·음악·소프트웨어 등을 스마트폰과 같은 이동통신 기기를 통해 제공한다. 정기배송형은 앞서 예시한 와이즐리와 같은 서비스인데 일상 속에서 반복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정해진 약정기간 동안 새 제품으로 꾸준히 바꿔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제품의 소유권을 소비자가 이전받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렌털형 서비스는 소유권 이전 없이 약정기간 종료 이후 반납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비데·정수기와 같은 제품에 대해 주로 이뤄진다는 게 KDB미래연의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구독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기존의 일반 판매상품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해당 업계의 진단이다. 가격이 일반 구매에 비해 확실하게 저렴하거나, 고객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상품의 유행주기와 회원별 취향에 따라 수시로 색다른 구성으로 맞춤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해당 업계의 평가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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