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수장에 50대 초반의 노태문 사장을 선임하는 등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한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 TV 등 가전사업을 이끄는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 스마트폰 분야의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 등 3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는 유지했다. 다만 신제품 효과로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담당 무선사업부장에 50대 리더인 노 사장을 발탁해 ‘안정 속 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52세로 현직 사장단 중 가장 젊은 노 사장이 스마트폰 사령탑에 오른 만큼 후속 인사에서 IM 부문은 물론 다른 사업부에서도 50대 중후반 임원들이 대거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1일로 예정된 금융계열 인사에서도 대폭적인 물갈이가 점쳐진다. ★관련기사 4면
삼성전자는 20일 사장 승진 4명, 위촉업무 변경 5명 등 총 9명 규모의 사장단인사를 발표했다.
전경훈 IM 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이 원장(사장)으로, 최윤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학규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은 삼성전자 DS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은 대외업무(CR) 담당 사장으로 복귀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삼성생명 사장에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부사장)가 승진 이동한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후임으로는 김대환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성장 사업에 기여한 인사를 승진시켜 미래 성장주도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재용·서은영기자 jylee@sedaily.com
20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IM(IT·모바일) 부문 무선사업부장에 발탁된 노태문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이 겸임하던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떼어내 52세의 ‘젊은 피’ 노 사장에게 맡겼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자리가 교체된 것은 4년 만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할 5세대(5G) 이동통신과 폴더플폰 시장에서 젊고 참신한 감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새 사령탑이 된 노 사장이 모바일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쏠린다. 노 사장은 안으로는 갤럭시 폴드 등 폴더블폰 폼팩터 혁신을 이끌어야 하고 밖으로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노 사장은 1968년생으로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은 나이일 뿐만 아니라 매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로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주역”이라며 “젊은 리더로서 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새 사령탑으로 5G폰과 폴더블폰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첫 5G폰인 갤럭시 S10 5G와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걸음 나아가 올해는 5G와 폴더블을 대중화시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S20과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가칭) 공개 행사가 노 사장의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국 시장과 유럽 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5G폰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판매했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선사업부와 함께 IM 부문을 구성하고 있는 네트워크사업부도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힘을 받았다. 5G 상용화를 계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한 공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2018년까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4분기 5G 장비에서만 점유율을 23%까지 높였다. 최근 미국 망 설계 전문업체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5G 장비 시장 1위(30%) 업체인 화웨이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8년 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왔으며 이번 승진을 통해 주력 사업으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은 지난해에 이어 유임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사업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 3명이 모두 겸직을 떼어낸 점도 눈에 띈다. 김기남 부회장은 겸임했던 종합기술원장 자리를 황성우 신임 사장에게 물려줬고 김현석 사장도 겸임했던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떼어냈다. 신임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들이 겸직을 뗀 것은 큰 틀에서 각 부문과 사업부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전사 차원의 신기술·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욱 전념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신사업 안착과 신기술 개발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승진시켜 ‘신상필벌’ 원칙을 확고히 하는 한편 50대 초반의 젊은 사업부장을 발탁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21일 이뤄질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 및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장 승진자 4명은 각 분야에서 성과와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미래 신기술 발굴과 전자 계열사 연구개발 역량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종합기술원장으로서 차세대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과 박학규 삼성전자 DS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모두 재무 전문가로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젊은 피’를 수혈해 조직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52세로 현재 재임 중인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은 노태문 사장을 무선사업부장에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노 사장은 전임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에 비해 일곱 살이 젊다.
이번 사장 승진자 4명의 평균 나이는 57.3세다. 박학규 사장이 56세이고 최윤호 사장 57세, 전경훈·황성우 사장은 58세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50대 사장은 7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삼성전기도 경계현(57) 삼성전자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기존 이윤태(60) 사장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난 것도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권경원·이재용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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