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우한 폐렴이 우리 경제에 미칠지 모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처럼 경제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다시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도 초기 단계라 경제적 영향을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우한 폐렴이 국내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확산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우한 폐렴이 제2의 메르스가 될 경우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피하면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감소로 이어진 바 있다. 지난 2015년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0.6%를 기록했는데 메르스 직후인 2·4분기 0.3% 감소로 전환됐다. 성장률도 2014년 3.3%에서 2015년 2.6%로 0.7%포인트 줄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메르스로 성장률이 0.2~0.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3년 만에 중국 ‘한한령(限韓令)’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우한 폐렴으로 다시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6~9월 메르스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53만3,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 기록에 고무된 정부가 내세운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달성’이 연초부터 걸림돌에 걸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설 연휴 전에 확산할 경우 소비심리 위축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전에는 병이 발생하면 노동력 상실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중요했는데 최근에는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격리현상’이 더 큰 문제가 됐다”며 “특히나 설 연휴를 앞두고 백화점이나 마트 등을 찾는 이동이 줄어들면 경제적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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