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병원 장례식장 몇 곳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김모씨는 최근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장례식장마다 조문객이 줄어 식사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사(弔事)는 웬만하면 챙기는 게 한국 사람 정서인데 얼마나 불안하면 장례식장 조문객까지 줄겠느냐”면서 “올 상반기 서민 관련 내수 경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원 박모씨는 이번주 말 어머니 생일상을 집에서 차려드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포기했다. 이런 시기에는 가족 모임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형제 간에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원래 식당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는데 집에서 하기로 한 모임마저 연기했다”면서 “조카들 중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 모이지 않기로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한 대형 행사들이 취소되고 시민들은 다중집객시설에 가는 것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일상의 크고 작은 모임까지 어지간하면 취소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백화점·마트·복합쇼핑몰·아웃렛 등 유통시설 방문객이 크게 줄었고 외식 업계에서는 배달을 하지 않는 식당은 모조리 울상을 짓고 있다.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입학식과 졸업식을 모두 취소하면서 대형 식당과 고급 식당들은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졌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날짜 잡기부터 하객 규모 예상까지 기존 계획이 모조리 흐트러졌다.
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패션행사 서울패션위크는 잠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주 월요일인 10일 롯데백화점 전점과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일부 점이 자체 휴점한다. 신종 코로나로 고객 수가 떨어진 상황에서 일주일 중 가장 손님이 없는 월요일을 골라 문을 닫고 소독을 할 계획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휴점 결정에 앞서 문화센터 강의를 먼저 중단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29일까지 영유아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강좌를 임시 휴강하기로 했다. 현대와 신세계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충청점 문화센터에서 아이와 함께 영유아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박모씨는 “최근 남은 수업을 모두 휴강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했던 터여서 남은 수업 기간에 해당하는 수업료를 환불받았다”고 말했다.
호텔들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과 내국인 ‘호캉스’가 얼어붙어 객실 점유율이 뚝 떨어진 데 이어 레스토랑도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이후 예약 취소율이 점점 올라가더니 최근 각급 학교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신규 예약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더플라자호텔 관계자는 “뷔페 레스토랑 할인 이벤트를 검토하고 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이마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의 경우 아직까지는 웨딩 취소 건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웨딩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보고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다음달 결혼하는 예비 신부 박모씨는 고민이 깊다. 예식장 측에 최소 하객 인원을 보장(개런티)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규모가 예상되지 않아서다. 박씨는 “사태의 추이에 따라 하객 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개런티 인원에 비해 하객이 적으면 그 부분만큼 식대를 날려야 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실 청첩장 주기도 미안한 시기”라며 시선을 피했다.
이번 시기가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이를 둔 엄마아빠들이다. 고양시 덕양구의 워킹맘 장모씨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어린이집이 일주일간 휴원을 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씨는 부모와 동생까지 온 가족을 동원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아이를 맡기고 있다.
키즈카페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위례신도시의 키즈카페 ‘두두랑잼잼’은 최근 신종 코로나 확산에 방문객이 줄자 아예 문을 닫고 대관 형식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한 팀만 받아 키즈카페를 통째로 내주는 식이지만 대관료가 아닌 기존의 입장료만 받는다. 워낙 손님이 줄어든 탓에 입장료만 받고 대관을 해줘도 오히려 이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대형 유통시설 안팎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비어가고 있다. 주말인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다녀왔다는 중학생 이모군은 “입장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렸고 제일 인기 있는 놀이기구인 아틀란티스 대기 시간도 20분에 불과했다”면서 “반값 할인이 시작돼 가봤는데 사람이 그렇게 없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맹준호·박민주·허세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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