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 사태 때 금리 인하로 경기 위축에 선제 대응한 사례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에 “(메르스 사태가 있던) 2015년엔 경제가 본격적으로 하강기에 들어설 때고, 지금은 바닥을 지나서 회복하려고 하는 단계라 상황이 다르다”라고 답했다. 이날 이 총재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발언을 하면서 국채선물 가격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정부나 통화당국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계속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조기 종식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4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은이 과거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마다 금리를 인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2003년 4월 국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다음 달인 5월 기준금리를 내렸고, 2015년 5월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3주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총리가 올해 재정정책 운용의 여지가 넓지 않고, 또 2월이라 추경 이야기를 꺼내기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부총리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앙은행 총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핀셋 대응을 해야 하는 문제이고, 금리는 무딘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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