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97년 유럽 과학자 얀 밀쿨리치라데츠키와 카를 플뤼거는 코와 입 안에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연해 증명하면서 안면 마스크 착용 개념을 제안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의료용 안면 마스크 사용의 역사는 최소한 123년에 이른다. 1920년대에 이르러서는 수술실에서 마스크 착용이 상당히 관행화됐다. 195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대기 질 악화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됐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확산돼왔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근래에 연간 2억3,000만달러가량을 의료용 마스크 구입비로 사용했다. 영국의 경우 연간 최대 910만파운드 정도가 의료복지 분야의 마스크 비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학계의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계나 대중의 연간 마스크 구매비용 총액에 대한 연구를 찾기 힘들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사태같이 단번에 1,000만장 이상이 제조·판매된 경우라면 개당 단가를 정상가격인 1,000원 안팎으로 가정할 시 연간 최소 100억원대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을 마스크 구매에 쓰고 있지만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술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용 마스크는 대체로 3겹으로 제작된다. 마스크의 앞·뒷면은 부직포로 제작하고 그 중간에 정전기 등을 이용해 대기 중의 입자를 포집하는 필터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이런 종류의 마스크는 착용자의 구강이나 비강에서 나오는 체액이 타인에게 튀지 못하도록 물리적 방벽 역할을 하고 공기 중의 오염입자를 어느 정도 걸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숨을 쉴 때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고 틈이 벌어져 공기가 새나갈 수밖에 없어 감염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미국의 NJ 미첼 박사와 TG 튜네베일 박사가 각각 1991년에 수행한 수술실 내 감염 실험과 영국의 의료 분야 비영리 민간단체인 코크란이 2005~2015년 세 차례 진행한 리뷰 연구를 보면 수술실에서 의료용 수술 마스크(surgical mask) 착용 여부가 환자의 감염 등을 방지해줄지는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반적인 의료용 마스크의 효과가 이렇게 제한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요국 보건당국은 보건인력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보다는 관련 지침을 통해 권고 정도만 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료용 마스크보다 감염 예방 효과를 높인 것이 호흡보호구다. 미국·우리나라 등의 보건당국이 사스·메르스·코로나19 발병 사태 때마다 보건인력들에게 착용을 권고한 N95급 이상의 마스크(한국 인증 제품 기준으로는 KF94급 이상 마스크)를 비롯해 화생방 방독면 등이 호흡보호구로 분류된다. 그중 N95 및 KF94 마스크는 대기 중의 미세한 오염입자나 병원체의 95% 이상을 걸러낼 수 있다. 만약 품귀로 시중에서 이러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면 산업용 마스크 가운데 방진 1급 제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유진홍 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설명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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