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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펀치' 맞고 코로나에 '악'...中 반도체 굴기 '다운그레이드' 위기

[이상훈의 재미있는 반도체 이야기]

■'사면초가' 중국 반도체

中 '10년 120조 투자' 프로젝트

반환점 앞두고 잇단 악재에 발목

64단 낸드 양산 성공한 YMTC

본사·공장 우한에 있어 생산 차질

中 대표 반도체 칭화유니그룹은

감염 위험지역 난징 공장 건설 타격

美 눈치에 대만 中투자도 빨간불

"국가보조금 연명기업 퇴출" 전망







지난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가 나왔다. 이 산업 굴기의 핵심은 10년간 120조원을 쏟아붓는 반도체다. 이 정책을 발표한 지 5년가량이 지났다.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이 코앞이다.

야심 찬 시동을 걸었던 중국 반도체의 현 상황은 어떨까. 지금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마디로 아비규환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칩 메이커 관계자의 말을 빌려 중국 내 첨단공장의 정상 가동이 빨라야 오는 3월 혹은 4월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류시스템 마비, 원자재 공장 폐쇄에 따른 부품·자재 공급 문제, 최소 인력으로 공장을 돌리는 데 따른 인력부족 현상 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선전의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열등한 경쟁력에도 국가 보조금으로 연명해온 기업을 퇴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중국 반도체부터 연상됐다.

사실 중국 반도체와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우한은 연관이 깊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업체 YMTC의 경우 본사 및 공장이 우한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가형인 64단 낸드 양산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128단 낸드 양산을 위해 라인 조정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스마트폰에 탑재된 YMTC의 낸드는 아직 없다. 실제 YMTC의 낸드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보고서(IC인사이츠)도 나왔다. 그래도 중국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업체가 YMTC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갈길 바쁜 중국 메모리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고 볼 수 있다.



D램 생산업체인 창신메모리도 우한시와 멀지 않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다. 이들 기업도 있지만 사실상 중국 반도체를 이끄는 대표 기업은 뭐니 뭐니 해도 칭화유니그룹이다. 2015년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퇴짜를 맞았던 기업이다. 낸드 사업을 하는 YMTC도 칭화유니의 자회사고 지난해 7월에는 D램 사업부도 설립했다. 시스템 반도체 자회사도 있어 사실상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그런데 이 칭화유니도 300억달러를 투입해 난징에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다. 난징은 코로나19가 많이 퍼진 위험 지역이다. 칭화유니의 메모리 공장 건설이 상당 기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지난해 3·4분기부터 14나노 공정 칩 양산에 들어갔다는 파운드리 업체 SMIC는 톈진·선전·상하이 등에 공장을 갖고 있다. 중국 IT기기 판매가 올 1·4분기 절벽처럼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 팹리스 발주 물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SMIC의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중국 반도체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후발주자로서 천재급 인재 영입,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 수혈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미 미국의 견제로 반도체 기업 M&A는 사실상 봉쇄됐다. 메모리 양산 같은 경우 2018년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1위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램리서치 등 미국 장비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과 거래를 끊었다. 이뿐 아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 2위인 ASML은 SMIC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을 보류하고 있고 도쿄일렉트론도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부품·장비 쪽은 세계 최고 제품의 중국 반입이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 메모리 업체는 양산의 마지막 관문인 수율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고 SMIC는 EUV 장비가 없으면 7나노 이하 첨단 칩 제조가 불가능하다.

그간 밑 빠진 독에 물 붓던 중국 반도체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술 역량 제고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 반도체가 기술 역량을 흡수할 수 있는 현실적 통로가 대만이다. 지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완전히 밀렸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만의 메모리 점유율은 12%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대만과 중국 반도체 간 밀월도 미중 무역분쟁 이후 휘청거리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UMC만 해도 마이크론의 공정을 베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고 결국 D램 사업에서 철수한 중국 푸젠진화와의 협력관계를 청산했다. 미국 팹리스의 발주 물량을 등에 업고 성장한 대만 파운드리들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확대해 온 것 때문에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대만의 반도체 투자가 활발하다는 것은 달리 얘기하면 중국으로 알게 모르게 유입되는 기술 역량이 많음을 시사한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주로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해온 대만 반도체의 투자 로드맵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연쇄적으로 중국으로 뻗은 기술 흡수 통로가 가늘어질 수 있다.

중국 반도체는 그간 중구난방 투자에서 칭화유니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상태였다. IC인사이츠는 중국 반도체의 자급률이 2023년 20.5%에 이를 것으로 봤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80%를 해외 업체가 만든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원래 중국 정부가 공언했던 자급률은 ‘2020년 40%, 2025년 70%’였다. 중국 반도체가 ‘다운그레이드’될 위기에 처했다.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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