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잇달아 공급 계약 체결에 성공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투자에 나서면서 장비업체에도 훈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숨고르기 중이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도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장비업종의 주가가 추가 상승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유니테스트(086390)는 SK하이닉스와 50억원 규모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다음 날인 14일 7.1% 오른 1만 7,35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상승률은 10.16%로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7.23%를 넘어선다.
이달 들어 장비 공급 계약을 공시한 유진테크(084370)와 디바이스이엔지(187870)는 13일 나란히 52주 신고가로 올라섰다. 유진테크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10일부터 5월 15일까지 114억원에 SK하이닉스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11일 공시했다. 13일 신고가 2만 200원을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16.67% 올랐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6일부터 5월 25일까지 공급하기로 한 디바이스이엔지 역시 13일 신고가 1만 8,750원을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14.1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가증권 상장사 한미반도체는 설 연휴 이후부터 외국기업과 총 50억원 규모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 계약 2건을 체결했다. 1월 22일 장 중 1만 85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는 13.33% 오르며 14일 9,860원으로 마감했다.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해 위축됐던 장비 투자가 재개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은 일시적·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반도체 장비 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코로나 19 영향은 중국에서 보내기로 했던 구매 요청서가 일부 지연되는 정도”라며 “올해는 반도체 재고가 줄고 수요가 늘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장비 투자 금액이 지난해보다 20~30% 정도 증가해 2018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금액이 2018년 608억달러에서 2019년 566억달러로 줄었다가 올해는 580억달러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연초 찍었던 최고가를 회복을 눈앞에 두거나 넘어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2.45% 오른 10만 4,500으로 마감해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 중 주가는 10만 5,000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9.57% 오른 6만 1,8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장 중 역대 최고가인 1월 20일의 6만 2,800원에 다가섰다.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 둔화 우려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7만 1,000원에서 7만 4,000원, SK하이닉스는 13만 6,000원에서 13만 8,000원으로 각각 높였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증시가 코로나 19의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반도체주 주가는 결국 업황에 달려 있는데 업황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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