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장 한계에 내몰린 중견 기업과 유망 신산업을 매칭시키는 시범 프로젝트를 만든다. 대다수 중견기업이 미래성장동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이 손을 잡고 사업 전환 모델을 만드는 차원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의 체질 개선을 유인하겠다는 포석이 담겼다.
20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 중견 기업의 활로 모색 차원에서 유망 신산업 프로젝트를 엄선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산업 프로젝트에는 자동차·기계·반도체·섬유·디스플레이·화학·철강·유통·물류·전자 등 10개 업종에서 선별된 대표 기업과 함께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이 신산업 프로젝트를 통해 중견기업의 사업 전환을 유인하는 등 구조개혁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력 업종의 퇴조, 산업 지형 급변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전략이 절실한데 중견기업의 경우 내부 역량이 많이 모자란다”며 “그런 맥락에서 민간 기업과 전문가, 정부가 함께 신산업 프로젝트를 꾸려 리스크를 낮추면서 사업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금이 있으면서도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중견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중견기업의 현실은 열악하다. 전체 중견기업(4,635개, 2018년 기준) 중 86.4%인 4,005개사가 연 매출 3,000억원도 안 된다. 지난 2014년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됐음에도 대다수 경제 법안은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만 기업을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한 중견기업에 특화된 정책 발굴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령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같은 경우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도한 규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 업체 중에는 협력업체가 200~300개나 되는 곳도 있다”며 “일자리 창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중견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정책의 무게중심이 온통 중소기업에 쏠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소위 잘 나가는 중견기업은 인재 부족과 전략 부재로 대기업으로 ‘점핑’이 막히고, 아래로는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에 대한 향수만 강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신산업프로젝트를 통해 중견기업의 활로를 열어주려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공멸한다”며 “중견기업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게끔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훈·양종곤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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