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실제 투표 참여율이 1%대에 불과한 가운데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높일 제도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개별 주주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참여를 독려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상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 없이는 낮은 수준의 전자주총 투표율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이 정관으로 전자주주명부를 작성하고 전자우편(e메일) 주소를 적도록 하는 전자주주명부 조항(상법 352조의 2)이 지난 2009년 도입됐다. 그러나 기업이 개별 주주의 e메일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인의 주식 투자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이때 투자자가 제공에 동의하는 개인정보는 해당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까지만 제공된다. 전자투표 참여 역시 한국예탁결제원이나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이 제공하는 전자투표 플랫폼에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면서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식 발행 기업이 개인투자자의 연락처를 확인할 방법·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개인이 기업 공시 등을 통해 주주총회 정보를 확인하고 자발적으로 전자투표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연락해 주주총회 일정 등을 안내하고 참여를 권유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월 시행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주주의 의결권 행사 지원을 위해 각 기업이 전자투표 플랫폼 인터넷 주소와 기간을 사전에 주주에게 별도로 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이 개별 주주의 e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같은 연락처를 알 수 없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352조의 주주 명부 기재사항에 따르면 주주 명부에 기재하는 신상정보는 성명과 집 주소뿐이다. 한 상장사 임원은 “주주 관련 정보가 집 주소뿐이니 매년 직원들이 주총 안건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주주의 집을 직접 찾아다니는 일이 반복되는데 정작 찾아가도 이사·외출 등으로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정부가 주총 활성화를 위한 절차·법적 근거를 만들어도 기업이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질 주주와 명부상 주주 간의 불일치 역시 주주총회 참여를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산 마지막 시기인 12월 말 주주 명부 확정 후 약 3개월 후인 다음 해 3월 정기주총이 개최되고 그 사이에 주식 매도가 이뤄지는 경우다. 상법 354조는 주주 명부가 확정되는 명부 폐쇄 시기를 주주총회 3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회계 감사, 사업보고서 작성 등의 실무 때문에 주주 명부 확정 직후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기업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배당 권리가 있는 주주는 결산 마지막 시기에 정하고 주총 의결권 주주는 주총 전에 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의 참여가 부진한 가운데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지분율 3% 이내로 제한한 상법의 ‘3%룰’도 대표적인 불합리한 규제로 지목된다. 상장사 중 올해 처음으로 정기주총을 개최한 미원화학은 이날 감사선임 등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박경훈·신한나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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