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정제마진 악화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어려움 속에서 정유업계가 반등을 준비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 초 선박유의 황 함량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선박이 고유황연료유(HSFO)를 싣고만 있어도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IMO 규제에 대비해 선제 투자를 해왔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배럴당 정제마진은 3.0달러로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7달러 올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정유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BEP)인 4~5달러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IMO 규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IMO는 올 초부터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 중이다. 다음달부터는 규제의 문턱을 더 높여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의 고유황연료유(HSFO) 운송 자체를 금지하는 ‘캐리지 밴(Carriage Ban)’을 실시한다. 선박이 HSFO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적재만 해도 규제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IMO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스크러버 설치율이 예상보다 낮아 선사들의 저유황연료유(LSFO)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해상유 전문기관들은 올해까지 약 3,000척의 선박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업계 예상치의 절반을 밑돈다.
국내 정유사들은 IMO 규제에 대비해 선제 투자를 해왔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4월 가동하는 SK에너지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에서 하루 4만배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의 해상 블렌딩 사업에서 하루 9만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한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 효과로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신기술을 적용한 생산공정을 개발해 지난해 말부터 초저유황선박유(VLSFO) 판매에 들어갔다. 충남 대산공장에 혼합유분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정을 적용하고 하루 최대 5만배럴의 LSFO를 제조하고 있다. GS(078930)칼텍스는 기존에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한 뒤 이를 선박유로 판매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올해는 HSFO를 판매하지 않고 전량을 LSFO로 블렌딩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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