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가 세하를 품는다. 제지업계 ‘큰 손’으로 통하는 한국제지가 골판지 업체 원창포장에 이어 백판지 업체 세하 인수에도 성공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국제지는 26일 세하 주식회사 지분인수를 위한 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했고, 매각 주관사로부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40년 인쇄용지 외길을 걸어온 한국제지가 세하 인수에 성공함에 따라 사업 다각화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세하의 백판지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40%인 한솔제지와 20%의 깨끗한 나라에 이어 업계 3위다. 주로 제과·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범용 백판지를 만든다.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폐지 가격이 하락해 백판지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온라인 거래도 많아 영업 환경은 좋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한국제지가 탄탄한 자금력, 인수 시 시너지 창출 등을 이유로 아세아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 인수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막판 범창페이퍼월드의 부각, 뜻밖의 인수 후보 등장 가능성 등의 변수가 제기됐지만, 한국제지를 넘지는 못했다. 특히 한국제지는 이번 인수전 승리로 유인물이나 잡지용 종이 등 인쇄용지에서 백판지로 만드는 화장품 케이스, 농산물 포장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여 제지 업계에 새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지업계의 한 임원은 “한국제지가 골판지, 백판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셈”이라며 “인수 경쟁 막바지에 한국제지가 또 다른 매물인 신풍제지 설비에도 군침을 흘린다는 말이 돌았는데, 결국 세하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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