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마스크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마스크 핵심 소재인 필터에 대한 검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국산 필터가 부족해 서둘러 수입 필터로 대체해야 하는 사태에 대비해 부랴부랴 조치에 나선 것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건용 마스크의 ‘멜트블로운(Melt-Blown·MB) 필터에 대한 식약처 검사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의약외품인 만큼 마스크 필터는 식약처의 허가조건 부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샘플 테스트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을 가급적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 MB 필터는 국산이나 주로 쓰이는 중국산 MB 필터와 사양이 다르고 또 위생 물품이니만큼 검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나 이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마스크 제조사 가운데 80% 이상은 국산 MB 필터를, 나머지는 중국산 MB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부직포를 원단으로 하는 MB 필터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보건용 마스크의 ‘코리아 필터(KF) 80, 94, 99’ 표기는 MB 필터의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낸다. 문제는 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마스크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MB 필터 물량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국내 MB 필터 업체는 총 12곳에 불과하며, 이들 업체는 지난달 MB 필터 생산량을 1월 대비 87% 이상 늘렸다. 12곳이 뽑아내는 생산량으로 하루 마스크 1,200만장 분량의 MB 필터를 충당하는 것이다. 현재 관련 부처는 이들 업체에 사실상 매일 전화를 돌려 생산을 독려하고, 공기 청정기나 에어컨에 쓰이는 MB 필터를 마스크용으로 돌려달라고 거의 ‘읍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산 MB 필터 수입은 현재 사실상 끊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언제든 생산량에 펑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라며 “일부 MB 필터 제조 업체는 물량을 쥐고 안 내주려고 버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국세청이 MB 필터 업체 12곳에 대해 가격 왜곡이나 ‘물량 밀어주기 등을 적발하기 위한 일제 점검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국산 MB로 충분하다지만 무슨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수입 물량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우려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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