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비상이 걸리면서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나둘씩 낮추고 있다. 올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정도의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화했고, 연간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9년(0.8%) 이후 11년 만에 2.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에서 1.6%로, 무디스는 2.1%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그룹 산하의 컨설팅 업체 피치솔루션스는 2.2%에서 1.7%로 낮췄다. 3대 신평사 모두 한국이 올해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우리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의 여파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2.0%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보다도 떨어지고 코로나19 후폭풍에 성장 여력이 훼손될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측하면서도 만약 상반기 내내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때는 0.5%까지 추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기존 2.3%였던 전망치를 2.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는데 코로나19가 3월에 정점을 이루고 진정된다는 전제여서 확산이 지속되면 남은 세 차례(5월·8월·11월)의 수정경제전망에서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2.4%로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를 갖고 있는 정부는 아직 신중 모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가 일정 부분 연간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고 1·4분기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정에는 선을 그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3.3%로 잡았던 글로벌 성장률을 3.2%로 0.1%포인트 내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세계 성장률이 2.8%로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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