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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땐 양적완화로 조기 진화…이번엔 '실물충격' 해결 더 어려워

■금융위기-코로나19 비교해보니

2008년엔 서브프라임 등 금융부실

재정확대·금리인하 카드 꺼내 극복

코로나는 글로벌 공급망 연쇄 중단

소비위축에 금융 부실 전이 가능성

코로나19와 글로벌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쇼크가 밀려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08년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 충격이 가해졌지만 세계 각국이 재정 확대, 금리 인하 등 양적완화(QE) 조치를 통해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공급망(GVC)이 흔들리고 급격한 소비위축 등으로 실물 분야에서 경제활동 자체를 급속도로 마비시키고 있다. 나아가 위기에 빠진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로 실물침체가 금융불안으로 전이되면 금융기관과 투자회사까지 타격을 받게 돼 실물과 금융이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08년은 금융 충격... 이번엔 생산·소비 쇼크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위기는 금융 분야에서 촉발됐다. 은행 등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주택가격 급락과 가계자산 증발 등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금력이 줄어들며 불황이 시작된 ‘수요 충격’ 성격이 강했다.

반면 ‘코로나19 공포’는 공장 폐쇄와 여행 수요 감소 등 생산량이 줄어드는 ‘공급 충격’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저성장으로 경제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내수가 위축되면 실물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위험이 크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허친스재정통화정책센터의 데이비드 웨슬 국장은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는 상점과 공장이 문을 닫고 여행을 취소하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며 “미국 연준이 이러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고 이 때문에 2008년 수요 충격보다 이번 사태가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역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19일을 기점으로 경제활동 및 경제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불안심리 극대화로 외부 활동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2월 셋째 주 기준 전년동월대비로 숙박(-24.5%), 음식점(-14.2%), 방한관광객(-48.1%), 항공기탑승객(-84.4%) 등 서비스업에 즉각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리먼 사태 전인 2008년 8월 국내 소매판매 지표가 11.8%에서 9월 2.8%, 2009년 2월 -2.7%로 다소 시차를 두고 하락했던 점과 비교하면 수직으로 낙하한 것이다.



전 세계 GDP, 중국 비중 16% 달해



그때와 다른 또 하나는 중국 경제의 달라진 영향력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2003년 4.3%에서 2019년 16.3%로 높아졌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면 부품수급 차질 등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높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공장 폐쇄로 직원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면 가계 금융부담이 커지게 되고 결국 전체 경제를 침체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6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도미노 부도가 일어날 경우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로까지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경제 충격에 대비할 실탄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2008년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실물경제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 GDP 대비 2~6% 수준의 과감한 재정지출로 내수를 부양하고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대폭 인하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양면으로 구사하면서 금융위기 충격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 정부도 원·달러 환율이 2008년 위기 직전 1,090원에서 2009년 3월 1,570원까지 상승하고 코스피지수가 2007년 10월 2,063.83에서 2008년 10월 938.75까지 추락하자 28조4,000억원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다한 유동성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해졌다. 일본은 마이너스금리 상태이고 미국은 재정적자 심화로 유동성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세종=황정원기자 노현섭·양사록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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