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펀드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남미 지역까지 확산하면서 브라질 증시가 급격하게 하락했고 헤알화의 가치도 크게 떨어지자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9개 브라질 펀드의 최근 1개월(3월2일 기준)간 수익률은 -13.32%로 집계된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치(-3.3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면서 국가별로 분류할 때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이는 브라질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선호가 줄어들면서 충격을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원자재 시장이 주춤해지자 원자재 수출국 브라질로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브라질 보베스파지수의 지난달 하락률은 -8.4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2% 하락하고 인도 센섹스지수와 국내 코스피지수가 각각 5.95%, 6.22% 빠진 것과 비교하면 브라질의 하락폭은 신흥국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헤알화 가치도 펀드 투자자들로서는 부담이다. 올해 초 4.02였던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지난 2월 말 4.49까지 치솟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달러 대 헤알화 환율이 4.2 수준일 때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추가 약세를 막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정부가 다소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약세를 가속화했다”면서 “주가 하락에 통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펀드 수익률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바라보는 시장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연금개혁 정책 등이 추진되던 것과 달리 당분간 정책적 모멘텀이 없고 헤알화도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오는 10월 지방선거가 있어 현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3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되면 헤알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힘들고 원자재 시장이 반등할 경우 증시의 상승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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