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의 우선순위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에서 지병이 있는 고위험군 일반 시민으로 바뀌는 것은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19의 대구 지역사회 전파 속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가 늦어지는 등 일반 시민들에 대한 대처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대구시민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를 볼 때 지역사회 감염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0시 기준 대구 지역 확진자 3,601명 가운데 33.8%에 달하는 1,216명은 감염 경로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신천지교회 신도나 가족·지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수치만 놓고 볼 때 일반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신천지 신도 중심의 검사 방식을 고위험군 일반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 1총괄조정관은 “일반 시민의 확진환자 발생률이 낮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천지 신도들보다 일반 대구시민에 대한 검사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대구시민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취약계층 방문검사도 확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두고 한 발짝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대구시민들이 신천지 신도에 밀려 검사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이 일었고 실제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증상이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도 생겼다.
정부의 전환 결정에는 대구 신천지 신도 중 유증상자에 대한 검사가 완료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방역당국은 검사를 받지 않은 신천지 신도들의 자가격리를 2주 연장하고 모니터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같은 지침은 다른 지역에도 적용된다. 코로나19 검진 결과 확진 판정률은 대구 지역 신천지 신도와 경북 지역 신도가 각각 62.0%, 14.4%로 전국평균(5.3%)을 크게 웃돈 반면 대구·경북 외 신천지 신도 확진율은 1.7%로 나타났다. 신천지 신도들이 대체로 20대가 많고 경증이거나 무증상자 비율이 높은 만큼 고위험 일반 시민에게 검사 역량을 배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정책당국은 판단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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