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180640)이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사외이사진을 대폭 보강했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3자 주주연합에 맞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활동영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한진칼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003490)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주주총회에 올릴 사내외 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정기주총은 오는 27일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한진칼은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조 회장의 측근인 하 부사장은 델타항공과의 협력관계 구축의 주역이며 ‘재무통’으로 꼽힌다. 하 부사장의 사내이사 후보 추천으로 한진칼은 조 회장, 석태수 부회장의 2인 사내이사에서 3인 사내이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사외이사도 금융·재무·법무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영입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가 추천됐다. 김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지내며 금융시장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 교수로 한국증권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거쳤다. 임 대표는 1세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최 원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거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대원장과 중앙선관위원을 지냈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의정부지방법원장 등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추천된 사내외 이사 후보들이 주총에서 모두 통과될 경우 한진칼은 11인의 사내외 이사 체제로 꾸려지게 된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은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한진칼은 등기이사를 3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과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만 규정하고 있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양측의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은 일반결의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정해진 규정이 없는 만큼 이사 후보들의 개별 투표로 진행될지, 일괄로 찬반투표가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주총 표 대결에 따라 사내외 이사 구도에 변화가 생겨 경영권 향방이 결정 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한진칼은 보통주 255원, 우선주 280원의 배당안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와 동일한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총 안건에서 제외됐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3자 주주연합이 제시한 주주제안인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이사 자격요건 추가 등을 의결해 주총에 상정했다.
또한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에는 대한항공 이사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 이사회에서는 사내이사 후보에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오퍼레이션부문 부사장을 추천했다. 더불어 대한항공 이사회는 올해 안용석 사외이사와 정진수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현 SC제일은행 고문 등 3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특히 대한항공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결의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는 이사회 역할을 더욱 강화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다.
한편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7일부터 한진칼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는 작업을 시작한다. 대한항공 노조는 한진칼 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목표다. 대한항공 노조는 “3자 연합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들은 항공 산업과 물류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3자 동맹은 투기자본과 조 전 부사장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대한항공 사내외 이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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