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절반으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0월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후 삼성전자(005930)·화웨이 등에서도 잇따라 상용화를 시작하며 현재까지 5종류의 폴더블폰이 출시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에 이어 갤럭시 Z플립까지 ‘완판(완전판매)’시켜 폴더블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 가지 폴더블폰 모델을 포함해 △세계 최초 폴더블폰 로욜 ‘플렉스파이’ △화웨이 ‘메이트X’ △모토로라 ‘레이저’까지 다섯 가지 모델을 모두 사용해보고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해 점수를 매겼다. 최고점은 별 5개다.
☞中 스타트업 로욜 ‘플렉스파이’(★☆☆☆☆)
무게 320g에 갖고 다니기 부담…구부러지는 느낌도
◇세계 최초 폴더블폰이지만…아직 부족한 ‘플렉스파이’=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은 2018년 10월 깜짝 등장해 삼성전자·화웨이를 제치고 ‘세계 최초 폴더블폰’ 지위를 차지한 업체다. 로욜이 내놓은 ‘플렉스파이’는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펼치면 7.8인치 대화면으로 변신한다. 처음 플렉스파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갖고 다닐 수 있을까’였다. 접은 상태에서도 손바닥보다 크기가 더 클 뿐만 아니라 320g에 달하는 무게까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이는 삼성전자 플래그십폰 갤럭시 S20(163g) 2개와 맞먹는 무게다.
플렉스파이를 절반으로 접을 때도 ‘접는다’는 표현보다는 ‘구부린다’는 말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운데 힌지 부분이 아코디언처럼 두꺼운 주름으로 돼 있어 접히는 단면이 2㎝가량에 달했다. 다만 이 점을 이용해 전후면 화면뿐 아니라 접히는 부분까지 총 3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펼쳤을 때는 접히는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160~170도가량까지만 펼쳐진다.
폴더블폰의 특징을 활용한 기능은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접은 상태에서 ‘듀얼뷰 카메라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찍히는 사람도 화면에 담기는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인데도 셀피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삼성 ‘갤럭시폴드’(★★★☆☆)
유튜브 보면서 검색·채팅에 신기…또렷한 주름은 아쉬워
◇스크린 결함 흠 있었지만…진정한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세계 최초 공개는 아니지만 사실상 폴더블폰 상용화의 신호탄을 쏜 모델은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다. 갤럭시 폴드는 ‘왜 스마트폰을 굳이 접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멀티태스킹이라는 나름의 답을 내놓고 있다.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으로 접었을 때는 4.6인치지만 펼치면 7.3인치에 달하는 대화면에 최대 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 구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로 영상을 보면서 네이버 검색창에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고 동시에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앱 연속성은 실제로 사용할 때 기대 이상의 편리함을 제공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한 손은 손잡이를, 다른 한 손은 절반으로 접은 갤럭시 폴드를 들고 뉴스를 보다가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넓은 화면으로 펼치니 읽고 있던 지점이 곧바로 화면에 표시됐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메시지는 4.6인치 커버 디스플레이로 손쉽게 확인하고 갤럭시 폴드를 펼쳐서 자연스럽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내구성은 초기 갤럭시 폴드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크린 결함 논란으로 출시를 5개월가량 미룬 뒤 화면 보호막을 제거할 수 없도록 연장하고 힌지(경첩)에 보호 캡을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시켰다.
다만 플라스틱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이 화면에 적용돼 주름이 또렷하게 보이고 충격에 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단점으로 꼽힌다.
☞화웨이 ‘메이트X’(★★★☆☆)
화면 펼치면 태플릿 크기…구글 주요 앱은 이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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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내놨지만…美 제재로 절반의 성공 ‘메이트X’=화웨이는 2018년부터 삼성전자와 세계 최초 폴더블폰 경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한발 늦게 메이트X를 출시했다. 메이트X는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며 펼쳤을 때는 8인치로 웬만한 태블릿 크기에 맞먹는다. 대화면을 활용해 앱 2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에 더해 ‘드래그 앤드 드롭’ 기능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왼편은 문서 작성 앱을, 오른편은 갤럭시 앱을 각각 열고 원하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끌어 문서 파일 속으로 넣는 식이다.
전면 카메라 없이 후면에만 쿼드(4개) 렌즈가 세로로 일렬 배치돼 있지만 절반으로 접으면 양쪽 면이 모두 화면이기 때문에 어떤 쪽을 비추더라도 화면에 비친 모습을 확인하며 촬영이 가능하다.
메이트X 역시 주름과 내구성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화면 절반을 가로지르는 주름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또 화웨이에서 영하 5도 이하의 환경에서는 메이트X를 접지 말라고 공지하며 내구성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단점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구글 주요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메이트X는 중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출시될 수 없었다. 결국 화웨이는 자의 반 타의 반 구글에서 벗어나 자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두 번째 폴더블폰 ‘메이트Xs’를 공개하며 자체 앱 장터인 ‘앱갤러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메이트Xs는 메이트X와 외관과 기능이 거의 비슷하지만 디스플레이·힌지 내구성을 개선한 모델이다.
☞모토로라 ‘레이저’(★☆☆☆☆)
접을 때마다 ‘삐거덕’ 힌지부분 틈도 한눈에 들어와
◇레트로 디자인 빼면 속 빈 강정 ‘레이저’=모토로라의 ‘레이저’ 폴더블폰은 과거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레이저 플립폰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델이다. 위아래로 접는 클램셸(조개껍질) 형태로 2004년 출시된 옛 레이저와 거의 비슷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모토로라도 추억 소환에 집중한 듯 ‘레트로 레이저’ 기능을 통해 예전 플립폰처럼 상단은 화면이, 하단은 키보드가 표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옛 추억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일 뿐 폴더블폰 자체로서 레이저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접고 펼칠 때는 매끄러운 느낌보다는 ‘삐거덕’거렸으며 화면을 만졌을 때는 울퉁불퉁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힌지 부분 틈이 한눈에 들어와 만져봤더니 디스플레이가 본체로부터 1~2㎜가량 벌어지기까지 했다.
카메라는 전후면에 각각 500만화소와 1,600만화소 렌즈가 1개씩 탑재돼 있다. 모토로라는 ‘야간 모드’를 통해 밤에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한낮에 찍었을 때도 만족스러운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한 단계 진화한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6.7인치 대화면을 위아래로 절반을 접으면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로 변신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은 바로 휴대성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운 폴더블폰이다. 바지 주머니든, 티셔츠에 달린 작은 주머니든 상관없이 쏙 들어가고 사용할 때는 펼쳐서 일반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었다.
색상도 블랙·실버뿐이던 지금까지의 폴더블폰과는 달리 훨씬 다양하다. 국내에는 미러퍼플·미러블랙 두 가지가 있으며 해외는 골드 색상도 포함된다.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에디션은 은색 바탕에 파랑·빨강·흰색 줄무늬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며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갤럭시 Z플립은 여러 측면에서 한 단계 진화된 폴더블폰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화면에 플라스틱 소재가 아니라 최초로 초박형 강화유리(UTG)를 적용해 주름을 다소 줄였다. 특히 이전 폴더블폰보다 화면이 더 평평하고 단단해졌다.
과거 플립폰의 추억만 소환한 모토로라 레이저와 달리 갤럭시 Z플립은 위아래로 접었을 때의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화면을 위아래 절반씩 분할해 사용하는 ‘플렉스 모드’를 이용해 셀피와 영상통화 등을 할 때 기존과는 다른 사용감을 제공한다. 90도로 갤럭시 Z플립을 접은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위쪽 절반의 화면을 보며 셀피를 찍거나 일상 브이로그(VLOG)를 촬영할 수 있다. 휴대폰을 팔 아프게 잡으면서 영상통화를 할 필요 없이 테이블에 90도로 세워 올려놓고 위쪽 절반의 화면에 나오는 통화 상대방을 보며 대화할 수도 있다.
완전히 접었을 때의 사용성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1.1인치 커버 디스플레이로 시간과 날짜, 배터리 잔량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활용은 사실상 어렵다. ★★★★☆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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