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미국산 원유 수입액은 지난 2019년 89억8,749만달러를 기록해 전년의 45억1,025만달러 대비 2배가량 껑충 뛰었다. 미국산 원유는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13%로 사우디아라비아(198억9,045만달러), 쿠웨이트(99억995만달러)에 이어 3위 규모다. 미국은 셰일오일 채굴 활성화 등으로 일일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뛰어넘는 1,310만배럴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는 “운임료를 감안해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두바이산 원유 대비 저렴했다”며 “몇 년 전부터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흑자폭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금 등에 있어서는 미국산이 유리하다. 현재 중동산 원유에는 3%의 관세가 붙는 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원유에는 별도 관세가 붙지 않는다. 또 정부가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비중동산 원유 도입의 경우 1ℓ당 16원을 환급해주고 있다.
문제는 유가 급락 상황에서 미국산 원유 도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거 서부텍사스유는 두바이유 대비 10%가량 낮은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유가 급락으로 가격 차는 1달러에 불과하다. 운송비용을 감안하면 미국산 원유량을 되레 줄여야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미국산 원유 도입에 대해 전략적인 판단을 강조한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줄파산이 예상돼 이들 업체의 회사채 등이 유통되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 또한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할 인센티브를 추가로 준다면 한미관계 회복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박효정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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