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던 ‘철녀(鐵女)’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힘에 부친다”고 토로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정부 대응에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은 기초 체력이 바닥났고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매출감소 등으로 어려워진) 점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하자 조용히 듣고 있던 박 장관은 “이번 위기는 어떤 위기 보다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저희(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힘이 부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다 찾아다니며 해결을 해 주면 좋겠는데, 너무나 광범위하게 피해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하나하나 대응을 해 나갈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김 회장과 중앙회 소속 협동조합 단체장 8명이 참석해 애로와 대책을 호소했다. 특히 조업 중단과 매출 감소, 운영자금 부족 등을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홍천표 서울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류 대기업이 관행적으로 해 오던 외상매입대금 규모를 줄이고 있어 자금 여력이 약한 일부 슈퍼마켓은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박순황 한국금형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요 판로인 해외전시회에서 중소기업 참여가 제한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이달 말쯤 되면 금형 기업들은 외국으로부터 오더(물량 주문)가 거의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섭 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식품산업은 위생 상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정부가 수급을 관리하면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전의 한 업체는 공장 가동까지 중단될 위기”라고 전했다. 노상철 한국프레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선적절차 지연에 대해 바이어가 기업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겪을 수 있는 이런 소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소상공인의 자금 신청이 급증하다보니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기간이 길어졌고 기본적인 신청 절차도 복잡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박 장관은 “현재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 적체 건수를 보면, 앞으로 보름 이후 (지원 처리에) 물꼬가 트일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이어 “원부자재 수급 어려움은 중기중앙회와 실시하는 원부자재 공동구매를 활용할 수 있다”며 “17일 국회에서 추경이 반드시 통과돼 예정됐던 여러 분야 지원 대책이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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