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내려가는 ‘제로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금융주들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여신 및 사모펀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금융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17일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전일 종가(2만3,400원) 대비 9.40% 하락한 2만1,200원에 마감했다. DGB금융지주(139130)(-7.99%), KB금융(105560)(-7.01%), 신한지주(055550)(-5.97%), 우리금융지주(316140)(-4.19%) 등도 줄줄이 떨어졌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032830)은 이날 9.14% 하락하고 한화생명(088350)도 8.00% 내렸다. 흥국화재(000540)(-11.81%), 한화손해보험(000370)(-10.07%) 등의 하락세는 더 커졌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47% 하락한 가운데 금융업종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주요 금융사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크게 하락했다. ‘TIGER200금융’은 이날 6.11% 하락했으며 KBSTAR200금융도 6%대의 하락을 보였다. 이에 금융주 ETF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약 -26%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이 ‘제로금리’ 시대로 들어가면서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되면서다. 특히 은행의 경우 수익구조가 이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를 웃돌고 보험사도 이번 금리 인하로 성장이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사의 경우 사정은 다소 낫다는 관측이 있지만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이 조기상환에 실패하는 등의 상황은 우려스럽다는 전망도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로 낮아지며 역사상 최초로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했다”며 “특히 은행의 경우 단기적으로 큰 폭의 마진 하락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으며 국고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9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1.030%로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도 연 1.441%로 끝내며 전일보다 8.3bp 하락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맞춰 한국도 금리를 크게 인하한 만큼 시중금리의 추가 하락을 전망한다”며 “다만 금융시장이 이번 인하를 사전에 기대했고 이를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금리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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