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결혼식을 앞둔 A씨는 예물 시계를 사기 위해 영등포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롤렉스 매장을 들렸다 유쾌한 쇼핑을 했다. 이틀 전 매장 방문을 미리 예약한 뒤 매장을 찾은 A씨는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줄을 서지 않고도 곧바로 매장에 입장했고, 별도로 마련된 좌석에서 미리 배정된 직원으로부터 음료를 마시며 시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상담 시간 동안 A씨는 다른 고객들과의 접촉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쇼핑을 마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의 ‘큰 손’인 VIP(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의 ‘변심’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출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 업계 입장에서 주요 고객인 이들이 코로나 19와 소비위축으로 발길을 끊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지난 2월 한 달 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14.2% 역성장했지만 명품관은 10.4%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 19 여파로 명품 수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국 관광객들의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국내 VIP 고객들의 소비가 백화점 입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14일 화이트데이에는 ‘이태원 클래스’에 등장한 티파니 목걸이를 사기 위한 고객들로 티파니 매장이 북적댔고 주중에도 샤넬 매장 앞은 줄을 서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뤄 여전히 명품 수요는 건재함을 보여줬다.
1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는 직원상담을 예약제로 시행하고 있다. 고객을 가려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기 없이 원하는 시간에 고객에 맞춰 응대하겠다는 선세적 서비스다. 앞서 롤렉스 공식 판매점 중 하나인 카이로스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변경 안내 문자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이는 명품 브랜드인 샤넬과 에르메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한국에 있는 롤렉스 매장에서는 처음 도입했다. 예약을 한 고객은 예정된 시간에 기다림 없이 전담 직원으로부터 독립된 부스에서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시착을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개별 상담을 통해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고객들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예약을 하지 않은 고객도 매장에 고객이 많지 않을 경우 입장할 수 있다
롤렉스 관계자는 “당초 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1주일 이상 예약이 가득 차는 등 상당 부분 정착되고 있다”며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은 최근 VIP 고객 선정 기준인 연간 구매금액 기준을 높이며 최상위 고객층에 대한 더욱 강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직계가족간 별도 명의로 사용된 신세계 제휴카드 실적을 합산할 수 있는 패밀리십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개별 실적이 부족해도 합산을 통해 지정세대원 1인이 VIP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미래의 VIP 고객인 20~30대 젊은 고객들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이달 2일 문을 연 ‘갤러리아 광교’는 12층에 국내 최대 규모인 VIP 라운지를 마련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또 일부 백화점에서는 VIP 응대를 위해 전담 콜센터 인력을 증원배치 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 방문을 고려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큰 손인 VIP 고객들이 매장 방문 시 혼선 등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VIP 콜센터 담당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속에서도 명품 등이 가격을 올리는 것 역시 VIP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지난 3월 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코로나19도 명품 족은 빗겨간다”며 “유럽 여행 등 다른 여가 활동이 자제된 상황에서 결국 소비 출구는 명품밖에 될 수없다는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현섭·박형윤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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