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채용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지원자의 실력뿐 아니라 인성을 보기 위해 대면 면접이 점차 심화되던 관행을 깨고, 온라인 전형을 도입하는 등 채용시장이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18일 기업 372개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채용전형 도입을 조사한 결과 31.2%가 현재 온라인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거나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언택트 방식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이라는 기업의 57.8%는 코로나19 확산이 온라인 전형을 도입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채용 전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이유로는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45.7%, 복수응답)에 이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진행이 부담돼서’(36.2%)가 2위를 차지했다.
화상면접까지 채용에 등장했다. SK이노베이션, 화상면접 도입해 상반기 채용 진행SK이노베이션이 화상면접과 상담용 챗봇을 도입해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했던 채용을 지난 11일부터 진행했다. ‘지원자들이 온라인 활동에 익숙한 세대라서’(31.9%), ‘최대한 많은 구직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31.9%), ‘전형 운영과 결과 관리가 편해서’(19.8%), ‘비용이 적게 들어서’(15.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이 도입하는 온라인 전형은 면접전형(69.8%)이 가장 많았으며 인적성검사(41.4%), 채용설명회(7.8%), 필기시험(7.8%) 등의 순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신입과 경력 수시채용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대부분의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1차 면접은 유선, 대면 질문이 필요한 2∼3차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카카오, LG전자 역시 화상면접을 진행 중이다.
채용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대기업도 증가세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시작하며 11일부터 공채를 시작한 포스코그룹은 오프라인 채용설명회를 취소하고 자체 사내채널 등을 통해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K그룹도 올해부터 온라인 채용설명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산업업황 속에서도 채용에 나선 기업들이 눈에 띤다. 롯데그룹은 3월 6일 상반기 신입채용 서류전형을 시작했다. 모집부문은 △식품 △관광 △서비스 △유통 △화학 △건설·제조 △금융 부문 주요 계열사 신입사원이다. 응시 자격은 2020년 7월 입사 가능한 학사 이상(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 학사 포함) 학위 취득자 및 취득 예정자, 병역필 또는 면제자 등이며 세부 자격요건은 부문별로 상이하다. 채용전형은 서류 전형, L-TAB전형, 면접 전형, 건강 검진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최종 입사일은 2020년 7월경이다. 롯데그룹 신입사원 채용 서류접수는 31일 18시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 확인은 롯데그룹 채용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물론 면접일정 등 채용절차를 무기한 연기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제지업체 깨끗한나라는 이 달로 예정됐던 채용 면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달 23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감했지만 코로나19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회사 측은 지원자들에게 채용 일정 연기를 통보하고 추후 일정을 별도 고지하겠다고 안내했다. 최근 경력직 수시 채용을 진행 하던 교육업체 휴넷도 면접을 이달 말로 연기했다. 집단 면접 과정에서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휴넷 관계자는 “지원자와 협의해 면접관도 모두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에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채용에 나서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스포츠웨어 브랜드 젝시믹스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사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모집 분야는 R&D그룹, 생산관리, 디자인, 온라인 MD, 오프라인, CS 등 총 6개 부문에 걸쳐 실시된다. 채용 기준은 구직자의 스펙보다는 창의력, 도전정신, 경험 등을 토대로 회사의 비전을 함께 이끌어갈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재인지 평가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부문의 경우 신규 플랫폼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과 역량을 두루 갖춘 인재를 대거 선발한다. 자세한 채용 모집과 지원 접수는 구직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브랜드의 꾸준한 성장세로 함께 하게 될 직원분들을 모집하게 됐다”며 “젝시믹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사내복지를 업그레이드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김보리·박형윤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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