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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 한장 받으려고 두시간반 기다려”…소상공인 시범대출 첫 날

소진공 서울동부·중부센터 가보니

수십명 긴 줄에 몇시간씩 대기

보증부대출 동시 상담에 혼란 가중

“1,000만원 없으면 폐업할 지경”

접속자 몰리면서, 서버도 일시 마비

25일 소진공 서울동부센터에서 1,000만원 대출을 신청한 정모씨가 27일 대출가능을 뜻하는 번호표를 손에 들고 있다. /양종곤기자




25일 소진공 서울중부센터에서 방문객이 자신의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기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000만원 이하 직접대출을 시범운영한 첫 날. 소진공 서울동부센터에는 오전 9시 접수를 받은 지 1시간여만에 4층 센터장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원형 계단에 긴 줄이 늘어섰다. 센터가 있는 층 엘리베이터로 방문객 2~3명이 내릴 때마다 “저 줄 끝으로 가세요”라고 직원의 안내가 녹음기처럼 반복됐다.

보증부 대출인 기존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은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가 밀려 2개월이나 걸린다. 지난달 신청을 시작한 지 40여일만에 8만여건(소상공인)의 신청이 몰렸다. 정부는 최대 대출 한도가 이 대출 보다 6,000만원이나 낮지만,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해 62개 소진공 센터에서 이날부터 직접 대출을 시작했다. 이 대출은 5일이면 받을 수 있다. 대출 본격 시행은 내달 1일부터다.

현장은 대출이 이뤄졌다는 안도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성동구에서 혼자 커피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정모씨(50)는 “이 한장 받으려고”라며 줄을 선지 두시간반만에 ‘대기번호 10’이라고 쓰인 번호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틀 뒤 이 번호표를 갖고 센터를 방문하면,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그의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해 올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 정모씨는 “오늘은 제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지만 확인했다”며 “27일 센터에서 체납 이력이 없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보증부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어 정책자금에 대한 신뢰가 낮다. 그는 “담보부터 신용등급까지 심사가 너무 까다로워 앞으로 보증부 대출을 받을 생각을 접었다”며 “소진공 대출도 27일 직접 받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센터는 기존 최대 7,000만원짜리 보증부 대출과 1,000만원 이하 직접 대출을 동시에 접수받았다. 센터 문 앞에 줄도 두 줄로 나눴다. 보증부 대출은 소진공에서 소상공인 확인서만 발급하고 대출에 대한 상담을 한다. 이 방식이 현장의 업무 과부하를 낳았다. 센터 직원이 대기줄에 “대리대출(보증부대출)은 2개월 걸리지만, 직접 대출은 5일이면 된다”고 안내해도 보증부 대출 줄에서 직접 대출 줄로 오는 고객이 없었다. 센터에서 확인서를 받고 온 과일업체 사장 민모씨(42)는 “장사는 너무 안되지만, 그나마 여윳돈이 있어 7,000만원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며 “뉴스에서 코로나19가 9월까지 안 끝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1,000만원만 어떻게 빌리냐”고 반문했다. 중곡동에서 남편과 휘트니스센터를 주고객으로 빨래방을 하는 김모씨(51)도 “센터가 당분간 문을 닫아 일감이 전혀 없다”며 “2015년에 빨래방 연 뒤 처음으로 소진공에 대출을 받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빨래방의 월 매출은 600여만원. 임대료 등을 제하고 300만원으로 김씨의 네 식구가 생활한다. 김모씨는 “대출을 더 받고 싶지만 당장 생활비가 없다”며 “이제 우리 부부는 은행에서 대출도 못 받는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이왕이면 더 버티다가 7,000만원 대출을 받고 싶다”고 했다.



오후 12시가 넘자 센터 앞 대기줄은 오전 보다 줄었다. 그러나 대출 서류 구비와 같은 기본적인 준비없이 센터부터 방문한 고객이 늘어났다. 센터층 엘리베이터에 내린 60대 한 남성은 “대리대출이면 내가 안 오고 직원을 보내도 되는 것이었느냐”고 센터 직원에 물었다. 보증부 대출을 뜻하는 대리대출을 직원이 신청할 수 있는 대출로 혼동한 것이다. 그는 다른 방문객에게 “저 서류는 어디서 떼는거냐”고도 묻고 돌아갔다.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40대 다른 여성도 “서류를 가지고 오는지 몰랐다”며 발길을 돌렸다. “센터에서 상담만도 가능하다”는 센터 직원말에 서류를 들지 않고 대기줄에 남는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센터에서 나오는 한 직원은 “너무 줄이 길다, 이러다 오후에 큰 일나는 거 아냐”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중부센터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오전에 이미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이날 방문 신청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센터에서는 자동 대기 안내 설비를 도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밀려드는 신청자에 점심 전에 이미 대기 번호 300번을 넘겼고 센터 측은 당일은 그 이상은 받지로 않기로 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급히 뛰어왔다가 발길을 돌린 소상공인들과 안내 직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인근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내일 다시 오라는 직원의 안내에 “하루가 급한데 내일은 확실히 받을 순 있는 거냐”며 “그러게 왜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으로 예약도 안 되게 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점심도 거르고 뒤에서 세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는 한 신청인은 “300명까지 일단 받아서 한다는데 솔직히 문 열고 4시간동안 100명도 못했는데 오늘 안에 다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에 번호표만 뽑고 밖에서 기다리는 신청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교육 사업을 하는 강모씨는 “원래 정직원이 10명 이상이었는데 코로나19에 모든 기업 교육이 취소되면서 반강제로 6명이 퇴직해 완전히 소상공인이 됐다”면서 “석달 째 매출이 ‘0’이다보니 1,000만원이라도 받으려는데 30번 정도 앞에 문자를 준다지만 어디 멀리 못가고 근처에서 담배만 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화장품 수출업체를 운영한다는 이모씨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화장품을 보내왔는데 그쪽도 코로나19로 상점을 문을 닫고 새로운 바이어도 몇달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1,000만원이라도 받아 대금을 지금하지 않으면 폐업하게 생겼다”고 연신 흐르는 땀을 마스크로 닦았다.

점심시간 안팎으로 전국 센터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고 알려졌다. 급기야 소진공은 이날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됐다. 소진공 한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고객들이 급격하게 몰려 다운되자, 연결된 서버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현장에서는 보증부 대출 상담은 받지 않고, 직접 대출만 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날 신속한 보증지원을 위해 단기인력(3개월) 290명을 채용해 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양종곤·이재명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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