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이 간만에 화색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전쟁’을 벌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나설 것이라고 알리자 국제유가가 급반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에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에 유가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유 ETF ‘KODEX WTI원유선물’은 전일 종가 대비 8.47% 상승 마감했고 ‘TIGER 원유선물’도 2.55% 올랐다. ETN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14.97%,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6.70%의 상승률을 각각 기록했다. 그간 가파른 하락을 이어가던 원유 ETF·ETN들이 모처럼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른 것이다. 2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24.67%(5.01달러) 뛴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30%를 넘는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지난 1일 최대 1,500만배럴의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원유 ETF·ETN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WTI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머지않아 반등할 수밖에 없다는 기대에서다. 실제 3월2일부터 이날까지 약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ETN을 약 1조원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몰리자 이들 상품의 괴리율이 커져 한국거래소가 원유 ETN 투자에 유의해달라고 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괴리율은 시장 가격과 실제 가치의 차이를 뜻하는데 이 수치가 커졌다는 것은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국제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감산의 주체가 모호한데다 구체적인 감산 규모가 정해지고 이행에 들어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또 감산 조치가 나오더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국들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가파른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감산의 주체가 불명확하고 최대 1,500만배럴이라는 감산 규모는 실현 가능성 낮은 수치”라면서 “또 러시아는 통화 사실을 부인하는 등 의문이 제기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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