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16년 만에, 기업대출은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어려워진 경제주체들이 생계·사업자금 용도로 빚을 늘린 영향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과 경기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들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규모는 각각 18조7,000억원과 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기업대출액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월 대비 13조6,000억원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 2009년 6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10조7,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57%를 차지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경영 악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긴 항공·자동차 등 산업을 중심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액은 8조원으로 늘었으며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개인사업자 대출액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따라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서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법인기업들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018년 44조4,000억원에 비해 약 30조원 늘어난 7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74조6,000억원 이후 최대다.
기업이 대출·채권 발행 등으로 빌린 돈이 예금·펀드 등에 투자한 자금보다 많은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의 순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한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기준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8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8조7,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가계대출도 9조6,000억원 증가하며 200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세자금·중도금·주택담보 등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은 지난달 6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기타대출이 3조3,000억원 늘었다. 눈에 띄게 늘어난 기타대출액은 생계자금 용도와 주식투자자금 수요 확대의 영향이 크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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